'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 2심서 징역 20년…공범 13년

그래픽=이지혜 기자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20년을 선고받은 주범 A양(18)이 2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공범 B씨(20)는 살인방조 혐의가 적용돼 징역 13년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은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범 A양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 만18세 미만였던 A양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또 재판부는 A양에게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A양은 출소 후에도 30년간 정해진 거주지 이외 장소로 외출할 수 없고, 거주지를 벗어날 경우 보호관찰관의 허락을 받아야한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접근하지 말 것도 명령했다.

A양에게 살인을 지시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공범으로 지목된 B씨에게는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해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앞서 1심은 B씨를 공범으로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살인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A양이 살인 범행을 저지를 것을 알면서 범행을 막지 않고 오히려 살인을 용이하게 했다고 판단,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B씨가 A양과 살인을 공모했다거나, A양에게 살인을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양과 구치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의 증언, A양 진술의 일관성 등을 살펴본 후 "B씨의 공모, 지시 여부가 A양 자신의 형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사실을 과장해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B씨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상태라서 범행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A양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교류한 것이지 일방이 지시를 내리고, 따라야하는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신 B씨가 A양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살인을 도운 것으로 판단,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대화는 실제 누군가가 살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살인 후 A양이 연락을 하자 '침착하라' 'J(제이)를 불러와라'고 말해 진정을 시키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시신 일부가 들어있는 봉투를 확인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고 '예쁘더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B씨는 A양이 실제 살인을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범행 과정에서 B씨가 보낸 문자메세지 등은 살인 대상을 용이하게 선정하도록 하고, 살인의 결의를 정신적으로 돕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양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A양은 "아스퍼거증후군과 다중인격 장애를 앓고 있어 사물변별,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A양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지나칠정도로 무관심하고 냉담하지만 의사소통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A양이 아스퍼거증후군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해도 생명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사회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상태라는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통합심리분석 결과 A양의 현실 검증력은 인정되고, 범행 당시 사물변별 능력이 미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양은 지난 3월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B씨는 살인을 공모하고 A양에게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훼손한 뒤 버린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