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신동빈' 총수 바뀐 롯데…신동주 회사 계열사 편입에 난감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사진=뉴스1

롯데그룹 총수가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바뀐다. 신 총괄회장이 96세 고령으로 치매 증상까지 있어 실질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는 점이 인정돼 신 회장이 롯데그룹 동일인으로 변경 지정됐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투자 법인들이 계열사로 대거 편입돼 롯데그룹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롯데그룹 동일인을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나 법인으로 통상 기업 총수를 의미한다. 매년 5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할 때 계열사·특수관계인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데 동일인 여부는 공정위 재량에 따라 판단한다.


동일인으로 간주되면 자신과 6촌 이내 친인척의 기업 현황과 거래 정보를 모두 공시해야 한다. 또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대상이 된다. 신 총괄 회장의 경우 2016년 광윤사 등 해외계열사 지분 현황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롯데그룹의 동일인을 변경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조정이 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신 총괄회장이 가정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 지정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동일인 변경 결정을 했다.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형제의 지분, 지배력 요건 등을 따졌다.

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기존 6촌 혈족과 4촌 인척이 각각 7촌과 5촌 인척으로 바뀌어도 일감몰아주기 등 이슈와 관련해 크게 달라지는 친족이나 계열사는 없다. 다만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의 계열사수는 2017년 90개에서 2018년 107개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계열사가 1년새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는 롯데 오너일가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설립한 법인 SDJ코퍼레이션이 '블랙스톤에듀팜' 리조트 사업에 투자하면서 해당 회사와 자회사 14개가 롯데 계열사로 대거 편입됐기 때문이다. 1년새 증가한 계열사 17개 중 상당수가 롯데와는 무관한 법인인 셈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 대표 경영인으로 이번 동일인 변경은 합리적인 조정"이라며 "하지만 신동주씨가 롯데의 경영판단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지분 투자한 법인들이 계열사로 편입된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SDJ코퍼레이션 투자법인들이 대규모기업집단 계열사가 준수해야 할 공시 의무와 규율 등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 지 여부도 의문"이라며 "경영상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만큼 문제가 생겨도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