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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거대한 투기판 장외사설사이트] (종합)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명룡 기자, 박계현 기자 |입력 : 2018.05.11 04:30|조회 : 17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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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사설 장외주식사이트는 10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연간 거래규모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외주식 투자를 통한 성공담 등이 퍼져 브로커, 부띠크(소규모 투자자문사),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비상장주식거래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른바 ‘이희진 사태’가 다시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설 장외사이트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간 10조 사설 장외시장, '투자냐 투기냐'


[거대한 투기판 장외사설사이트]①인가받지 않은 브로커 중개 여전히 활개

[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이번에 상장예비심사 청구한 A기업 주식은 3만원 정도에 매매가 가능하고요. 비싸다 싶으시면 내년 상장 예정인 B기업 주식도 괜찮아요. 가격 정보는 좀 더 파악해본 뒤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설 장외주식사이트 배너광고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자 장외주식 매매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쏟아졌다. 종목추천부터 가격 조율까지 순식간에 이뤄졌다. 관심있는 종목을 물어보고 바로 매매가 가능한 종목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했다.

지난달 당국 인가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김모(63세)씨 등 2명이 징역 8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비상장주식 387개 종목을 1만8851회에 걸쳐 매매, 중개하면서 54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처럼 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거래되는 장외거래시장 특성을 노려 장외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가 활개 치고 있다. 시장에선 사설 장외주식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의 연간 규모가 6조~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38커뮤니케이션 등 10개 안팎의 사이트가 중심이다.

지난해부터 코스닥, 특히 바이오 기업 주가가 최대 수십배 급등하면서 장외주식 매매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주가가 급등해 비상장사 투자로 대박을 냈다는 투자자들이 나오면서 장외주식 거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사설사이트는 명목상 단순 커뮤니티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활동하는 중개인(브로커)이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장외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행위는 법 위반이다. 브로커를 통해 발생하는 투자 손실은 투자자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적발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특히 사설 장외주식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이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브로커는 게시판의 익명성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정하거나 중개 과정에서 차익을 편취하기도 한다. 돈을 받은 뒤 주식을 건네주지 않는 사기 행위도 일어난다. 일부 브로커는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중개하기도 한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브로커를 통해 암암리에 매매 중개가 이뤄지는 만큼 사설 장외주식사이트에 올라오는 주식 호가는 실제 매매 체결 가격이 아니어서 인위적인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가 회원 수가 많은 일부 사이트에서 게재되는 주식 호가를 공정가격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금융투자협회 K-OTC(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 바이오 회사 아리바이오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아리바이오는 K-OTC 거래 첫날 3105원의 주가를 형성했다. 당시 사설장외사이트에서 아리바이오 호가는 낮게는 1만원, 높게는 9만원까지 나왔다. 그만큼 장외사설주식사이트에 게재되는 가격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특정 시기에 이슈가 되는 업종 위주로 상장 전 기업 주식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가 적잖다”며 “장외주식이 고위험 고수익 투자라고 하지만 유사수신, 사기 등 불법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김명룡 기자, 박계현 기자



호가가 좌우하는 장외시장…기업가치,누구도 몰라


[거대한 투기판 장외사설사이트]②브로커, 장외주식 물어보면 "얼마에 사라" 조언도 서슴치않아

[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사설 장외주식사이트에선 비상장주식의 가격 정보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실제 거래되지 않는 호가에 불과한 가격도 많아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8일 대표적 장외 사설사이트로 꼽히는 38커뮤니케이션에는 안마의자 업체인 바디프렌드 주식을 팔겠다는 게시물 5개, 사겠다는 게시물 6개가 올라왔다. 매도 호가는 23만~30만원, 매수 호가는 20만~22만5000원에 형성됐다. 정상적인 주식시장이라면 한 주도 거래되기 어렵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비밀은 호가와 함께 게시된 휴대폰 번호에 있다. 이 번호는 주식 보유자의 것이 아니라 브로커의 것이다. 브로커들은 건당 일정액을 내고 게시물을 올린다. 게시물을 보고 연락해온 사람과 주식의 주인을 연결해준다.

사설 장외주식사이트 업체에 전화하면 종목추천을 해주기도 한다. 기업 가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졌는지 불확실한 가운데 적정가격까지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장외주식 매매업자는 대금을 선입금받고 주식을 넘겨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본인이 보유한 장외주식을 추천하거나 근거없는 가격에 파는 경우도 있다.

사설사이트에 비상상주식 매수, 매도 글을 올리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인가를 받지 않고 주식거래를 연결해 주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올리는 것은 100% 브로커 업무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브로커가 주식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무인가 영업행위가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가 영업행위는 2013년 34건에서 2015년 505건으로 대폭 늘었다. 2016년 189건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279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사설사이트는 수수료를 받고 불법 브로커 연락처를 사이트에 버젓이 배너로 게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자 이외의 투자광고행위는 자본시장법 57조에 위배된다.

문제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인 K-OTC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을 제외하고 유가증권(통일주권) 형태로 발행하지 않는 비상장사가 많다는 점이다.

브로커들은 비상장주식 거래를 주선하고 거래금액의 50~100bp(1bp=0.01%포인트)를 받는다. 중개거래 자체가 불법이라 현금으로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통상 전체 금액의 20%를 계약금으로 내면 주식을 넘겨주고, 이후 잔금을 치르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때 잔금을 치르지 않거나, 계약금을 받고 주식을 넘겨주지 않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이 아닌 경우 한 달에 1번 회사에서 주주명부를 변경해 준다"며 "동일 주식을 여러 투자자에게 팔아넘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호가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투자자들이 주식가치를 오인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비상장 기업의 경우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밸류에이션을 판단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호가를 공정가격으로 오인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룡 기자



무인가 '브로커' 횡행…여의도엔 '제2의 이희진' 수두룩


[거대한 투기판 장외사설사이트]③세금 '사각지대' 된 장외시장…"저가에 사서 허위정보로 고가에 팔아"

[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지난달 초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채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며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로 60대 비상장주식 거래업체 대표 김모(63세)씨 등 2명이 징역 8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비상장주식 387개 종목을 총 1만8851회에 걸쳐 매매하거나 중개하면서 54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거래되는 장외거래시장의 특성을 노려 비인가 주식 거래업체나 브로커들이 넘쳐난다.

사설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의 영업행위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하는 투자중개·매매업에 해당하지만 사설 사이트에서 매도자나 매수자를 가장해 영업행위를 하는 경우 적발이 어렵다.

또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나 공개된 장외시장에 나오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고 싶은 일반 투자자들로선 이들을 통하지 않고선 사실상 장외종목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도 매수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투자과정에서 추천 종목의 적정 매수가격까지 안내하는 등 시장 환경 왜곡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인가 주식 거래업체의 경우 매매·중개 과정이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각종 세금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사업소득세 등을 신고하거나 납부하지 않는다. 직원 등 타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매매나 중개도 성행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임원은 "최근 비인가업체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기존 법인을 폐업하고 신설법인 등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라며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한동안 활동이 뜸해졌다가 기회가 되면 바뀐 법인명으로 다시 영업을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희진이 운영한 미라클인베스트먼트처럼 미리 매수한 비상장주식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해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불법행위 역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희진은 저가로 인수한 구주를 유료회원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1심 판결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5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부터 바이오 업종이 주도하는 코스닥 상승랠리가 이어지자 비상장회사 대표가 허위로 상장계획을 발표해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특허나 기술을 내세워 가치를 부풀리는 일도 발생한다.

한 중소기업 상장사 대표는 "부티끄를 통해 지분 투자 제안을 받았는데 지난해 매출액 20억원,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한 한 화장품 회사의 기업가치가 2000억원이 넘더라"며 "바이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좀 더 알아보니 기획형 집단 사기에 가까워서 투자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경우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있는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회사의 기본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는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꼭 확인한 후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계현 기자, 김도윤 기자



사설 장외주식사이트 관리 손놓은 금융당국


[거대한 투기판 장외사설사이트]④다수 브로커 활개쳐도 적발되는 건 소수…"감시와 규제 필요해"

[MT리포트] 투자자 몰려드는 장외주식, '투자냐 투기냐'

장외주식 브로커가 버젓이 활개칠 수 있는 이유는 적발 가능성이 낮아 처벌받을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비제도권 시장인 장외주식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주식을 매매하거나 종목 및 가격을 추천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데도 사설 장외주식사이트를 통한 장외주식 매매는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11조에 의하면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같은 처벌 조항이 있는데도 장외주식 매매에 대한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당국이 사실상 관리 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선 장외주식 불법매매 행위를 관리 및 감독할 전담부서가 없다. 피해자의 신고나 제보가 없으면 불법행위를 적발할 환경 자체가 조성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유사수신, 사기 등을 조사해 검찰에 긴급조치 통보를 하는 구조지만, 물밑에서 암암리에 자행되는 수많은 장외주식 불법 거래를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 또 증권범죄를 전담하는 서울 남부지검에서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기소할 수 있지만 직접 피해를 입은 투자자 제보가 없이는 적발이 힘들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타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희진씨도 "운이 없게 걸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씨가 방송에 출연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자신의 돈을 과시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주식대금을 받는 창구로 동생회사인 미래투자파트너스 계좌를 활용하면서 적발될 만한 빌미를 줬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 장외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닌데다 브로커가 매매 중개를 하더라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피해자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장외주식 투자자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강해서 많은 경우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장외거래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권한 밖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사기 거래 피해를 당할 경우 검찰·경찰 등에서 수사에 나서기 전에는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현재 장외주식은 금융감독원 관리·감독 범위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민원이나 제보가 들어올 경우 불법사금융대응팀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 등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부서가 관리·감독을 총괄하기 보다는 금융투자감독국이나 검사국 등 유관부서에서 제보를 받거나 발견된 내용이 있으면 직접 수사기관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재로선 전체 사금융 관련 민원에서 장외주식 관련 민원의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윤 기자

김도윤
김도윤 justice@mt.co.kr

안녕하세요. 증권부 김도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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