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호주 과학자, 베토벤 음악 들으며 '안락사'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구달 박사가 조력 자살을 하기 전날 인터뷰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104세의 나이로 스위스에서 10일(현지시간) 영면했다.

11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달 박사는 10일 오후 12시30분쯤 스위스 바젤의 라이프 사이클이라는 기관에서 진정제 등을 혼합한 정맥주사 벨브를 스스로 열어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베토벤 교향곡 9법 합창의 마지막 부분인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구달박사는 오랜 시간동안 안락사를 준비해왔다. 구달박사는 올해 초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했으나 실패한 후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이란 안락사 옹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하게됐다.

조력자살을 하기 전 구달박사는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일 삶을 끝낼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달박사는 84세였던 1998년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후 '혼자 움직일 수 없다면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 나이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 때까지 앉아있는다. 그리고 또 점심을 먹은 후 앉아 있다"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또 구달박사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률 체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집에서 생을 마칠 수 있었다면 모두에게 편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호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안락사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는 빅토리아주를 제외하고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빅토리아주 또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만 안락사를 허용하며,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반면 스위스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몇 안되는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