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더 올려"… 전셋값 빠지는데 강북은 왜?

"전셋값이 안정됐다고 해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더니 집주인이 2000만원 더 올려달래요."

서울 마포구 공덕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얼마전 전셋값 2000만원을 보태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신혼집으로 도배, 장판까지 직접 하고 들어온 집에서 2년 만에 이사를 나가자니 이사비, 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아까워서다.


같은 단지에 전세로 나와 있는 매물도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못해도 1000만~2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중개업소는 서울 전역 전셋값이 약세지만 2년간 꾸준히 오르다 최근에야 하락 전환해 어느 정도 인상은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14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9510가구 헬리오시티 입주와 서울 인근 신도시 공급물량 확대로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북 주요 자치구에선 여전히 수천만원 오른 전세가격에 재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2~3년 새 주택시장 호황으로 집값이 오른 만큼 전셋값이 덩달아 급등해서 올 들어 본격화된 전세 약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단지가 적잖은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2015년 12월=100 기준)는 지난 4월 105.7로 2년전인 2016년 4월(100.7)보다 5.0%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세를 반영한 지수는 지난 2년간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고 올 들어서도 3월 들어서야 상승세를 멈췄다.

같은 기간 강남(4.0%)보다 강북(4.9%)의 전셋값 오름폭이 더 컸다. 마포(7.5%), 중랑(7.0%), 광진(6.4%), 동대문(5.7%), 성동(5.2%), 용산(4.6%) 등 강북 자치구의 전셋값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강남(4.6%), 서초(2.7%), 송파(3.9%) 등 강남 3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5% 미만에 그쳤다. 이는 강남권 재건축과 인근 위례신도시 분양으로 신축아파트 전세 물량이 꾸준히 공급되고 연말 입주를 앞둔 송파 헬리오시티까지 더해져 전셋값을 끌어내린 효과다.

반면 강북은 대단지 공급이나 신도시 입주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은 지난 3월 7억5000만원~8억원에 전세가 여러 건 체결됐다. 지난 1월 7억~7억8000만원보다 전세계약금이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가 급상승하고 전세 수요가 꾸준한 데 따른 영향이다.

마포구 공덕동의 H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연장할 때도 아직은 조금 더 올려줘야 한다"며 "전셋값이 안정됐다고 해도 당장 주변에 대단지가 들어서는게 아니라 2년 전 전셋값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