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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상한 사장님' 퀵서비스 기사, 노동자인듯 아닌듯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9>기사 노조 "시대 따라 법도 변해야" vs 업주 "근무시간도 마음대로, 노동자 아니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이영민 기자 |입력 : 2018.05.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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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다음달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반갑지만 계약 상대방(고용주체)의 부담이 늘면서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양한 특수고용직종별로 어떤 입장인지 취재했다.
[MT리포트]'이상한 사장님' 퀵서비스 기사, 노동자인듯 아닌듯

오전 8시. 3년차 퀵서비스 기사 김모씨(60)는 오늘도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오더'(주문)를 받기 위해 휴대전화 3대를 켰다. 각 휴대전화에는 퀵서비스 오더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2~3개씩 깔려있다.

"출근하시겠습니까?" 요란스레 울리는 메시지로 첫 오더를 받았다. 회사 출입증을 놓고 간 강남 직장인의 급한 요청이었다. 퀵서비스 업체 사장이 전화로 "뭉그적거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도로에 늘어선 차량 사이사이를 오토바이로 주행하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출근을 하면서 동시에 김씨의 계좌에서 출근비 1000~1500원이 빠져나갔다.

김씨는 하루에 15~20건의 퀵서비스를 해낸다. 한 건 당 7000원~1만원쯤 받지만 퀵서비스 업체에 떼어주는 수수료와 기름값, 통신비 등 비용을 제외하면 절반가량 밖에 남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는 길가에 오토바이를 대고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다. 겨울이나 여름에는 오더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더 힘들다.

요즘은 일하기 가장 좋은 날씨라 동료기사들과 여의도 길가에 모여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동료가 병원비 부담이 커 서울에서 지방 병원으로 내려가 치료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걱정을 뒤로 한 채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해가 저물어갔다. 보통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보다 일찍 시작된 김씨의 업무는 저녁 8시쯤 끝난다.

'이상한 사장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근무 형태는 노동자와 비슷한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휴가나 퇴직금, 산재보험 등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빗댔다.

퀵서비스 기사가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된 데는 업계의 기이한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10여년 전부터 퀵서비스 업주들은 규모를 불리기 위해 업체들끼리 서로의 기사를 공유해왔다. 기술의 발달로 여러 업체로 들어오는 주문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이른바 플랫폼 사업이다.

현재 국내 퀵서비스 시장은 업주들이 연합한 3곳(인성공유관리센터, 코리아네트워크, 우리네트워크)이 전체 주문량의 90%를 차지한다. 각각 연합체에 업체들이 많게는 2000개까지 모여 있는 구조다. 기사들은 애초 한 업체에 노무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여러 업체의 일을 한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퀵서비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박병구 위원장(맨 오른쪽)이 배달 주문 목록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태, 김진붕, 박영일 기사. /사진=이영민 기자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퀵서비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박병구 위원장(맨 오른쪽)이 배달 주문 목록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태, 김진붕, 박영일 기사. /사진=이영민 기자

15년차 퀵서비스 기사인 박영일씨(45)는 "처음에는 한 업체에만 종속돼 해당 업체에 들어오는 주문만 처리해 문제가 없었다"며 "사업주들이 기사를 공유하기 시작하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기사가 아니지 않느냐'며 서로 떠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퀵서비스 기사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오로지 기사들의 몫이다. 산업재해보험도 가입 하려면 사실상 전액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규정상 절반은 업주가 내야 하지만 이를 부담해주는 업주는 없다는 게 기사들의 설명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하기 어렵다. 박씨는 "애초 사업주들에게 떼어주는 수수료도 15% 선이었는데 이제는 23%로 늘었다"며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고 노동 3권도 없으니 기사들은 수수료를 더 높여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주들은 연합체를 꾸려 서로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지만 기사들은 노동 3권이 없어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산하에 퀵서비스 노동조합이 있지만 활동은 제한된다.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신고 필증을 교부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박병구 퀵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를 일컬어 '이상한 사장님'이라고 말했듯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제는 퀵서비스 기자도 '노동자'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동자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2조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노동 3권이 있어야만 기사들이 뭉쳐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한 곳에 출근하고 월급을 받는 전형적인 노동자의 모습만이 노동자가 아니다"며 "시대가 변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생긴 만큼 법도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퀵서비스 사업주들은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라는 입장이다. 퀵서비스 업체 대표인 최모씨는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건 무리"라며 "기사들은 일정한 근무 시간이 없어서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출근율이 20%도 안 된다. 그러면 사업주들이 비용을 더 부담하고 주문을 내보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쓴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기사들이 출근을 안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사업주들이 4대 보험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친다. 또 다른 업체 대표 정모씨는 "기사들은 수수료가 높다고 말하지만 배송료의 77%를 기사들이 가져가 기름값 등을 빼도 50~60%는 남을 것"이라며 "사업주는 23%의 수수료에서 사무실 운영비·홍보비·인건비 등 여러 비용을 빼고나면 실제 1%도 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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