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만 안 들었지"…차은택, 2심도 징역 3년

차은택씨./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차은택씨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18일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차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차씨와 함께 기소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1심과 같이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차씨는 최씨를 배후에 두고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을 지내며 각종 추천권을 행사했다"라며 "과거 광고업계에서 성실성과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권력을 얻게 되면서는 국면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권력자는 양날의 칼을 지닌 것과 마찬가지다. 한쪽은 상대방을 향하지만, 다른 한쪽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며 "공익만을 위해 행사할 땐 아무 문제 없지만, 언젠가 자신을 향하게 되고 자신을 베게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채근담 구절인 '대인춘풍 지기춘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을 인용하며 "자신을 대할 땐 가을 서리같이 엄하게 하고, 남에겐 봄바람처럼 대해야 한다"라며 "차씨 등의 언행은 비록 칼을 들진 않았지만 뒤에 칼을 든 것과 같은 압박감과 부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차씨와 송 전 원장은 2015년 포스코가 광고회사 포레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컴투게더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아프리카픽쳐스에 직원을 허위로 등재,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4억5000여만원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받았다.


차씨는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KT를 압박하고, 자기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대 광고 일감을 몰아받은 혐의도 받았다. 송 전 원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취임 전 대표로 재직했던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받아쓰면서 37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별도 혐의를 받았다.

한편 차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포함해 총 18개 혐의로 기소,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이 사건은 검찰 측 항소로 다음달 1일부터 2심 재판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