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만날 건데… 文대통령에 전화한 트럼프, 당황해서?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동 중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18.5.1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의 '회담 재고려' 카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가 하면, 백악관 참모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질문을 쏟아붓는 등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일방적인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북한의 강경 태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17~18일에 걸쳐 참모들에게 회담을 계속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재차 물었다.


다음날인 19일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분석을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위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한과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22일 정상회담을 통해 만날 예정인데도 갑작스레 전화를 걸었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북한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양국 대통령은 오전 11시30분부터 50분까지 2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최근 북한의 여러가지 반응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전화통화는 지난 9일 이후 이번이 15번째다. 2018.5.20/뉴스1 (청와대 제공)

일단 미국 측이 북미 정상회담 판 자체를 깨진 않을 모양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고 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철회할 징후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백악관 관료들 사이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P는 고위 관리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태도가 문 대통령이 묘사한 것과 사뭇 다르다"며 "(북한이)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참모진들이 트럼프의 열의를 김 위원장이 악용할 가능성을 꼬집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게 다소 생소한 일이라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언급됐다. NYT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의 매일 한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 "볼턴의 비핵화와 한국의 비핵화에 시각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볼턴은 '선(線) 핵포기 후(後) 보상'을 의미하는 '리비아 모델'을, 한국은 점진적 제재 완화와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