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美 경제지원 '빅딜'…美가 말하는 경제지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무슨 일이든 다할 것이며, 이전 행정부들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빅딜'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으로 요약된다. 특히 경제지원은 북한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하고자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김 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보상책으로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체제 보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제기구 통한 저리 자금 지원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경제 지원 중 하나는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승인이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함으로써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이 가능토록 하고 이후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자금을 제공받는 형태다.

지난 17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두 번째로 방북했을 당시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핵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국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 제안에 동의할 경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한국과 중국 등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작년 11월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도발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고 미국 국내법에 따라 테러지원국이 된 북한은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일체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입김이 강한 IMF인 만큼 미국이 인정할만한 수준의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이 해제된 뒤 미국이 북한의 IMF 가입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IMF 가입을 희망하는 북한은 일정 수준의 출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IMF에 가입하면 WB와 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도 가능해진다. 이들 기구 모두 IMF에 가입한 나라를 가입 대상국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ADB의 경우 일본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일본과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배·보상금 문제도 걸려있어 좀 더 장기전이 될 수 있다.

북한과 같은 저개발국 원조와 장기 저리 자금 대출은 IMF보단 WB가 담당하는 부분이 크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 참석차 방한한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와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北 지원 위한 신탁기금 조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가장 유력하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또 하나의 안은 북한 지원을 위한 별도의 기금 조성이다. 북한의 IMF 가입 전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신탁기금을 만들고 이를 WB가 운영하는 것이다.

◇美 민간 부문 직접 투자

민간 부문의 북한 투자는 이미 폼페이오 장관이 천명한 방법이다. "미국의 예산은 쓰지 않겠다"는 폼페이오는 "민간 부문이 대규모 에너지망 건설을 돕고, 식량난 해소를 위한 농업 투자와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자신의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보상으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협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이어지는 남북한 간 현재 상태의 종식을 원했다"고 전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이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민간 부문의 투자는 미국의 불침 약속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도 북한이 바라는 모델 중 하나다.

실제 북한은 전 세계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저렴한 인건비와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은 외자를 유치하기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신흥시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는 지난 14일 미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남한은 기술과 노하우를, 북한은 자원을 갖고 있다"며 대북 투자 기회에 주어진다면 기꺼이 '베팅'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민간 부문의 대북 투자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기업의 북한 진출이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에 일종의 '담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한 사전 조치를 상당 부분 해둔 상태다. 2012년 12월 김 위원장은 적극적인 외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 관련 법령을 대폭 개정했다. '나선경제무역지대법 개정안'은 투자자의 재산 국유화를 금지하고 신변안전보장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외국인 기업에 일정 기간 소득세를 감면해준다는 조항도 파격적이다.

지난 2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은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초대된 외신 기자들이 풍계리에서 가까운 청진 근처 어랑 비행장이 아닌 그보다 멀리 떨어진 원산 갈마 비행장을 경유한 것도 김 위원장이 원산 관광특구를 홍보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는 북한이 외자 유치 창구로 여기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