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보다 23달러나 저렴해 진 미국 원유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우리가 "국제유가"라고 하면 보통 북해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브렌트유 가격을 의미합니다. 전세계 여러 곳에서 이 브렌트 가격을 기준으로 여타 유가를 정하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벤치마크'라고들 하죠.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벤치마크는 서부텍사스원유, WTI입니다. 그런데 이 WTI도 사실은 종류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계속 붐(boom)을 일으키고 있는 셰일원유 생산의 중심지 퍼미언 일대에서는 '미들랜드'(midland)라는 이름으로 원유가 거래됩니다.


그렇게 세 종류의 원유 가격 추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이 위 그래프입니다. 별 차이 없이 비슷하게 움직이던 유가들이 최근 들어서 많이 벌어지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브렌트와 WTI의 가격차이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 격차는 최근 들어 굉장히 많이 벌어졌습니다. 브렌트 WTI보다 한 때 11달러 더 비싼 값에 거래돼 프리미엄이 3년여 만에 최대치가 됐습니다. WTI의 디스카운트가 3년여 만에 최대치인 것이기도 하죠.

별 차이 없이 움직이던 WTI와 미들랜드 가격도 최근 들어 대폭 확대됐습니다. 같은 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인데도 그 스프레드가 12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약 4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브렌트와 미들랜드 원유의 가격 차이는 무려 23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브렌트가 미국 미들랜드보다 무려 42%나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미국산을 쓰지 않고 브렌트를 소비할까요? 미들랜드를 사서 브렌트 시장에 팔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그런 차익거래가 생기지 않은 채 가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질까요?

운송 인프라 부족과 그에 따른 운송비 상승 때문입니다. 퍼미언 등지에서 셰일오일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걸 미국 다른 석유 허브로 퍼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열차와 트럭으로 나눠 운송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운송비는 뛰고 산지 재고는 쌓입니다. 그 결과 WTI와 미들랜드의 가격차이가 벌어집니다.

미국은 원래 원유수출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유수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브렌트-WTI 가격차 확대 역시 똑 같은 이유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의 원유수출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상대적 가격 매력이 워낙 높아졌으니까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