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17년만 또 구제금융…IMF서 53조 빌린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통화 가치 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다. 2001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또 돈을 꾸는 신세가 됐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부 장관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MF로부터 3년 동안 유효한 500억달러(약 53조7000억원) 규모의 '대기협정'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1953년 12월 도입된 IMF 대기협정은 회원국이 일정 기간 필요에 따라 자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신 재정적자를 크게 줄여야 한다. 두호브네 장관은 "재정적자를 종전 국내총생산(GDP)의 2.2%에서 1.3%로 줄일 것"이라며 "물가상승률도 2019년 17%, 2020년 13%, 2021년 9%로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또 의회에 중앙은행의 독립성 제고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두호브네 장관은 "오는 20일 구제금융에 대한 IMF 이사회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원금이 들어오면 그중 30%인 약 150억달러는 즉각 지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법은 없다. IMF가 도움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이번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 신청은 최근 신흥국 시장의 자본 이탈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이뤄졌다. 미국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넘게 떨어지며 외환위기 조짐이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물가도 25%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국가 채무불이행 재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IMF 구제금융에 반대했다. 2001년 IMF의 구제금융과 긴축 정책으로 복지 축소, 실업률 급증 등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IMF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며 설득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