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환율전쟁? (1)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자료=글로벌모니터

지난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 직후에 유로화 가치가 자유낙하했습니다. 시장금리도 곤두박질쳤습니다. 가장 신용도가 높은 독일 국채는 물론이고, 신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탈리아 국채 역시 수익률이 급전직하했습니다.

그날 ECB는 성명서를 통해 올 연말에 양적완화를 끝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래는 오는 9월말까지 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석 달 동안의 이른바 '테이퍼'(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를 거친 뒤 종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월간 3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채권시장 수요의 중요한 기둥 하나가 사라지게 됩니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하락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겠죠.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은 상승합니다. 즉, 이번 QE 종료 결정은 명백히 긴축적입니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야 마땅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 보듯이 시장의 반응은 그와 정반대였습니다.

비결은 따로 있었습니다. 양적완화를 연내 종료하는 대신 현행 마이너스 금리는 내년 여름내내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최소한'이란 단어를 앞세웠습니다. 최소한 내년 여름이 끝날 때까지는 금리인상이 없을 거란 약속입니다. 최소한이란 말을 썼으니, 내년 가을에 금리를 반드시 올린다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이건 금융시장이 당초에 생각했던 시나리오와 달랐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현재 마이너스(-) 0.40%인 ECB 예치금 금리가 내년 6월에는 0.10%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6월은커녕 내년 최소한 여름 내내 계속 현행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 하니 깜짝 놀랄 일이었죠.

덕분에 ECB는 유로화 강세 부담 없이도 굉장히 중요한 출구전략(QE 종료)을 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날 기자회견에서 제법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6월 28일 (17:23)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