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재현? "이란油 사지마" 美 경고에 유가급등

오일쇼크(유류파동)가 재현될까. 미국이 대이란 제재의 하나로 세계 각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유국들이 증산을 약속했지만 곧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1만원)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8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69센트(1.0%) 오른 73.45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이며, 1년 전과 비교해서는 60% 급등한 수준이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8월물도 이날 23센트(0.3%) 오른 77.8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선물 상품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앞으로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저널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여러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 증가로 미국의 원유 재고는 크게 줄었다"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란 제재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하루 100만배럴 정도의 증산을 요청했다. 이에 OPEC 회원국은 지난 22일 회의를 열고 증산에 합의했지만 국가별 할당량 등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증산량이 많아야 하루 60만배럴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 제재 대상인 이란과 정정 불안으로 증산이 어려운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을 빼면 증산 여력이 있는 회원국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제원유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하루 최대 200만배럴의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지만, OPEC이 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당장 수출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거나 전력 소비가 많아지는 여름철 발전용으로 쓰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뱅크오브메릴린치의 후탄 야자리 신흥시장연구센터장은 "국제유가가 (공급 부족으로) 매우 매력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내년 2분기 말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무역전쟁 문제가 해결되면 석유 수요 증가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한 건 2014년 6월이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