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T모바일-스프린트 합병 제동 "손정의, 中과 친해 위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AFPBBNews=뉴스1

미국 이동통신시장 3, 4위 사업자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 작업이 위기에 처했다. 미국 의회가 양사 합병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스프린트 대주주인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에 이용되는 중국 통신 장비가 소프트뱅크를 통해 미국에 침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다음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자세히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예정이며 현재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각각 독일 도이체텔레콤과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로 합병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의원들은 특히 소프트뱅크가 화웨이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는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은 물론 5세대 통신망(5G)도 함께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들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앞서 스프린트와 T모바일은 지난 4월 29일 합병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병 회사 이름은 'T모바일'로 도이체텔레콤과 소프트뱅크가 각각 42%, 27%의 지분을 갖게 된다. 합병 후 미국 통신시장은 버라이즌, AT&T, T모바일의 3강 체제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주요 글로벌 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내 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해 신임을 얻을 정도였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위스콘신 주 마운트플레전트에서 열린 대만 기업 폭스콘의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세 번째 합병 시도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사는 2014년 합병을 추진했지만,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합병 법인의 지분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