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자율규제 심사 실효성 논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서진욱 기자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1차 자율규제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한국블록체인협회(이하 협회)가 11일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대한 자율규제 심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등급 구분 없이 심사 대상 거래사이트를 모두 적격 수준으로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연이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해킹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모든 거래사이트가 심사를 통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협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1차 자율규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자율규제 심사 대상은 두나무(업비트),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 코인원, 코빗 등 12개 거래사이트다.

자율규제는 △암호화폐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규정 △암호화폐 취급업자의 금전 및 암호화폐 보관 및 관리 규정 △자금세탁 행위 방지에 관한 규정 △시스템 안정성 및 정보보호에 관한 규정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한 심사는 일반 심사와 보안성 심사로 나눠 체크리스트와 관련 자료, 담당자 인터뷰 기반으로 이뤄졌다.

투자자들은 심사 통과율이 100%라는 결과를 놓고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10일 코인레일이 400억원 가량의 가상통화 해킹을 당한데 이어 열흘 만에 국내 대표 거래사이트인 빗썸도 190억원 어치의 가상통화를 해킹당했기 때문이다. 코인레일은 협회 회원사가 아니고 빗썸은 이번 심사에서 통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사이트마다 보안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모두 통과된 것에 의문이 든다”며 “느슨한 자율규제가 거래사이트의 신뢰를 더 추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사이트별로 세부 평가항목의 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심사 결과에 의문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전하진 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이번 심사를 통과한 것은 기본적인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을 만족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번 자율규제심사를 통과했더라도 강력한 보안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담보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협회 회원사 중 심사에 통과할 만한 곳만 심사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회에 가입된 23개 거래사이트 중 12곳만 심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곳은 심사를 신청했다가 막판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이번 심사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자율규제인 만큼 거래사이트가 원하지 않는데 심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