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골머리' 사용후핵연료, 국제공동 관리로 실타래 풀까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원자력발전소를 1기라도 가동 중인 모든 국가가 가진 공통의 관심사다. 따라서 국제 협력으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 공통의 해법을 마련하자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복잡하게 꼬여 있어 풀지 못했던 매듭을 알렉산더대왕이 칼로 단숨에 잘라 풀어버린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국제공동저장·처분이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를 쉽게 풀어낼 새로운 해법 될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6년 마련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국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확보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협력에 기반한 국제공동저장·처분시설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제사회는 국제원자력협력체제(IFNEC)를 중심으로 국제공동저장시설이나 처분시설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 IFNEC는 원전 가동국 및 잠재적 가동국이 모여 국제사회의 다자간 협력으로 핵 비확산과 원자력 이용 확대를 추구하는 국제협의체이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공동협약도 2001년 발효했다. 이 협약에는 한국(2002년)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총 69개국이 가입했다.

일부 구체적으로 진전된 논의도 있다. 호주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원자력특별조사위원회는 2016년 5월 주정부에 △우라늄 채광확대 △농축·성형 등 원료제조 △원전 건설 △사용후핵연료 국제공동관리시설 설치 등 4개 의제에 관한 12개 항목을 권고했다. 높은 실업률 해소와 석탄에 쏠린 에너지 수급 체계 개선, 온실가스 감축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특히 특위 조사 결과 사용후핵연료 국제공동관리시설의 경우 최적의 지질여건, 강력한 암반구조, 안정적 정치상황 등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주정부는 시민배심원단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국제공동관리시설 설치를 위한 조사를 계속하겠다’ 등 특위 12개 권고 가운데 주요 9개에 대대 공식 지지의사를 밝혔다.

다만 호주의 경우 연방법에서 호주 원자력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어 관련법 개정이 없이는 주정부 차원의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잠재적 핵무기 원료로 취급되기도 하는 사용후핵연료를 국가간 이동으로 한 곳에 저장한다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도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신(新)북방정책’의 일화인 동북아 에너지 협력 의제로 사용후핵연료 공동관리 문제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몽골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설치하고 동북아 국가들의 전력망(그리드)을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처럼 한·중·일 등 동북아 원전 가동국이 협력해 공동저장·처분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한·중·일 3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최종처분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통의 과제”라며 “몽골 등 지리적 조건이 좋은 중앙아시아국가들과 협력해 공동관리 정책을 충분히 추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