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 상가임대차법 개정 通할까

지난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으로부터 상가법 개정 요구안을 전달받은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7.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개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면서다.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오히려 임대료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도 있지만 임차상인들은 계약갱신청구기간 연장과 환산보증금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자 자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 속히 논의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구도심 개발이 본격화하기 전에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면 임차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계약갱신청구 기간 연장과 환산보증금 폐지가 그 핵심이다.

계약갱신청구 기간은 국토부가 법무부와 합의를 통해 1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필요한 계약갱신청구 기간 연장 외에 시행령만으로도 가능한 환산보증금 폐지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어 '반쪽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산보증금이란 월세를 전세로 환산한 금액에 보증금을 합한 일종의 간주보증금으로 일정액을 넘으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않는다. 문제는 서울시내 주요 상권이 대부분 간주보증금 때문에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있단 점이다. 서울시는 환산보증금 상한을 4억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높였으나 서울 주요상권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이미 7억9000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국회의 소극적 태도로 임차상인 보호가 절실한데도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국토부 역시 시행령으로 환산보증금을 높이거나 폐지할 수 있는데 국회를 핑계로 문제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시다발적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권리금제도 보완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최소 10년 이상 보장 △철거·재건축시 퇴거보상비·우선입주권 보장 △차임 인상률 상한 인하 △환산보증금 폐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법제화 등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법 개정으로 건물주의 재산권만 침해되고, 오히려 임대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의 수도권 소재 건물주는 "임차인과 10년까지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면 임대료를 환산보증금 기준 이상으로 올려 새 임차인을 받는 게 낫다"며 "장사가 되는 상권에선 임대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법 개정과 함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계약갱신청구 기간만 무턱대고 늘려선 소유주들이 상가투자를 안 해 중장기적으론 임대료가 더 올라가게 된다"며 "임대료와 권리금 문제를 업종별로 살피고 임차상인을 보호하면서 소유주가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