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 출신 교장후보 잇단 낙마…'음모다''아니다' 시끌

뉴스1 제공

한 시민단체가 내부형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 News1

교장자격증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학교구성원이 1순위로 추천한 평교사 출신 교장후보들이 교육지원청 심사에서 잇따라 낙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학교구성원의 반발과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찬성하는 일부 교원단체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급기야 교육당국은 심사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여기에 이런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반대하는 다른 교원단체는 그 신뢰도를 문제삼으며 제도 폐기를 촉구해 파열음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계에 따르면, 오는 9월1일 임용을 앞두고 내부형 교장공모를 실시한 도봉구 A초등학교와 구로구 B중학교에서 학교구성원들이 1차 심사를 통해 1순위로 추천한 평교사 출신 교장후보들이 각각 서울북부교육지원청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2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육경력이 15년 이상이면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혁신학교와 같은 자율학교와 자율형공립고(자공고)에서 교장을 공모할 때 시행한다.

내부형 교장공모 심사는 1,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1차 심사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학부모와 교사들로 구성된 학교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맡는다. 2차 심사는 교육장이 구성하는 교육청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담당한다.

1차 심사에서는 3배수, 2차 심사에서는 2배수로 추천한다. 2차 심사 과정에서 순위가 떨어진 후보에 대해선 교육청심사위가 그 이유를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한다. 최종 결정권은 교육감에 있다. 교육감은 1, 2차 심사 점수를 고려해 신임 교장을 결정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A초등학교 1차 심사 1순위 후보가 탈락한 이유는 학교운영발전계획 미흡이다. B중학교 1차 심사 1순위 후보가 탈락한 것은 심사 결과 3명의 후보 가운데 점수가 가장 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1순위 교장후보가 탈락한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며 교육지원청 상위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또 2차 심사에서 1순위로 올라선 후보들이 교장 승진을 앞둔 현직 교감이라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평교사의 교장 진출을 막기 위한 '기득권의 갑질'이라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심사위원회는 교육장, 퇴직 교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 입장은 다르다.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돼 공정성에 문제가 없고 특정 후보를 탈락시킬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A초등학교, B초등학교를 제외하고 내부형 교장공모를 실시한 나머지 학교는 모두 1차, 2차 심사를 거쳐 평교사 출신 교장 임용이 제청됐다고도 설명했다. 또 그동안 1차 심사 1순위 후보가 2차 심사에서 3순위로 밀리는 사례가 적잖았다고 전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안에 제각각의 이해에 따른 목소리를 내며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이번 사안은 평교사의 교장 진출을 막으려는 교육기득권의 갑질이자 조직적 반란"이라며 "감사를 통해 교육지원청심사위원회 평가기준을 낱낱이 공개하고 심사과정에서 담합이나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학교구성원과 시교육청간 유대관계를 무너뜨리고 학교를 혼란과 갈등으로 내몰 수 있는 근본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만약 이런 불합리한 제도에 절차적 정당성마저 담보되지 않을 경우 교육공동체간 불신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18일 두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특별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교육지원청의 내부형 교장공모 심사 과정이 절차대로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학교 측의 1차 심사과정도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결과는 오는 24일쯤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