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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금감원의 즉시연금 일괄구제, 문제 있다

머니투데이 김성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법학) |입력 : 2018.07.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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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연세대 법대 명예교수
김성태 연세대 법대 명예교수
최근 즉시연금에 대한 민원처리 방안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간의 공방이 뜨겁다.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에서 내려진 금감원의 판단은 언뜻 타당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입장도 일견 이해는 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 중요한 법리적 문제점이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째, 즉시연금 이슈를 약관 불비(不備)의 문제로 판단하는 것은 보험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구조가 복잡함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보험료 산출방법서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리적 산식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약관에 하나하나 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금감원도 사전에 산출방법서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이는 보험계약의 내용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이는 보험이 다른 금융상품과 구별되는 내재적 특성이다. 그런데 산출방법서 내용이 약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과연 문제가 없는 보험 약관이 얼마나 있겠는가.

둘째, 개별 민원에 대한 민사조정에 해당하는 분쟁조정 결과를 다른 계약에까지 확대해 일괄 구제하겠다는 것은 분쟁조정의 한계를 넘는 것이다. 해당하는 개별사건에만 효력이 미치는 조정의 결과를 다른 사건에도 확대해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당사자 쌍방이 모두 동의해야 함은 물론 당연히 법적∙제도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현재 이해당사자인 보험사업자들이 분쟁조정의 결과에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일괄 구제하도록 하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발상이다.

셋째,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보험회사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행 분쟁조정 절차는 보험회사가 심의과정에 참여해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할 수 없는 구조라 근본적으로 보험회사가 분쟁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올해부터 대심제(對審制)를 시행하기로 한 제재심의와 달리 분쟁조정의 경우는 보험회사의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보험사업자에게 소송제기 등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봉쇄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은 지난 자살보험금 사태에서도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무시하고 무조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사법심사의 기회도 박탈한 채 즉시연금 전 계약을 대상으로 특정 분쟁조정 결과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라고 보험사업자의 팔을 비트는 것은 분쟁조정권이 사법권에 우선한다는 위헌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조차 감독기관이 동일한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보험회사가 법령을 위배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이 오히려 자신들의 결정을 맹목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법치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금감원의 소비자보호도 지나친 온정주의에 기대기보다는 법과 제도적 기반하에 이뤄져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다. 요컨대 이번 즉시연금에 관한 감독당국의 상식 밖의 요구는 실체법적으로는 물론 절차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무리수다. 선의에서 비롯된 조치라고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과 제도의 명확한 근거에 기초해 금융회사와 소비자간 이해관계를 합리적∙객관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감독당국의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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