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클라우드 당장 쓰고 싶지만…도입 걸림돌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자료제공=금융위

금융위원회가 개인신용정보 등 중요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대해 은행권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IT(정보기술) 운용을 위해 당장이라도 쓰고 싶지만 보안과 서비스 종속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개인신용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이용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의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확대 방안’을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클라우드는 전산설비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KT, 네이버, 코스콤 등 전문업체의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IT 자원을 제공받아 사용하는 서비스다.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이용은 2016년 허용됐지만 개인신용정보, 고유식별정보 등 중요 정보는 이용할 수 없어 제한적이었다. 은행권은 그간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 이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대규모 전산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며 "앞서가는 디지털 금융회사라는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이 실제 클라우드를 이용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이용 규제 완화를 준비하던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보안이 강조됐고 클라우드 규제 완화는 소폭에 그쳤다. 정부가 이번에 규제를 완화하면서 개인정보 등 중요정보에 대해 좀더 강화된 보호조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 종속도 은행권의 걱정거리다. 클라우드 제공회사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면 상당히 곤란하다. 단기간내 클라우드 제공회사를 옮기거나 내부에 전산설비를 구축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클라우드 제공회사가 서비스 가격을 높여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쓰는 경우 비용 절감 효과는 반감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 IT 운용을 외부업체에 맡기다 IT 종속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IT 종속은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라 은행의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