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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유령'이 된 사람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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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과정이 등록·관리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관리체계는 교육과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시스템과 맞물려 운용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채 '버려진'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유령 국민'이다.
[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나 살아있는데"…살아도 죽은 '유령 국민들'


[유령'이 된 사람들]① 실종자 年 1700명 사망처리…이 땅을 떠도는 '법적 유령들'
[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오랫동안 노숙 생활을 한 A씨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제야 자신에 대해 오래 전 실종선고가 났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법적으로 사망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 때문에 그는 수급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A씨는 실종선고 취소 소송을 통해 16년만에야 다시 '살아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기가 찬 건 A씨가 실종선고를 받은 뒤에도 생필품 등을 훔치다 걸려 재판을 받고 교도소까지 드나들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가 실종선고 상태라고 알려주지 않았고, 사망자 신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 정부도, 사법부도 마찬가지였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B군은 출생신고도 안 된 채 버려졌다. 경찰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B군은 열살이 될 때까지 병원에서 지냈다. 병원의 사회복지사는 입원치료가 필요 없어진 B군을 장애아동시설로 옮기려고 했지만 시설은 거부했다. 신분이 없는 아이를 받아줄 순 없다는 이유였다. 그때까지도 B군은 출생신고조차 안 된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신분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사연은 다양하다. 처음부터 출생신고가 안 된 이들부터 살아있는데도 실종선고를 받아 사망자로 처리된 이들까지···. 문제는 이들이 신분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바 '유령국민'들이다.

◇매년 실종자 1700명 '사망자' 처리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법원에서 실종선고가 내려져 사실상 '사망자'로 처리된 사람은 총 1만7428명에 달했다. 연평균 약 1700명 꼴이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매해 서울에서만 500여명이 실종선고를 받는다"며 "일본 법원에서 온 사람이 이 수치를 듣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외국과 비교해봤더니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사망 처리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종선고는 오랜기간 생사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일정한 요건에 따라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민법 제27조는 5년간 생사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법원을 통해 실종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연락이 닿지 않는 행방불명의 가족 때문에 상속 등의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때 가족들이 실종선고 신청을 낸다.

가족과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실종선고를 내리지는 않는다. 의료, 금융, 범죄, 출입국, 통신 기록 등을 살펴 최근 5년 동안 살아있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때 최종적으로 실종선고를 내린다.

문제는 법원이 모든 기록을 다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실종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감옥까지 다녀왔음에도 실종취소 선고가 내려지지 않은 게 그 방증이다. 우리나라의 실종자 선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출생신고 안 돼 '성본창설'까지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출생신고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이들이 있다. 장애 등의 이유로 일찍 버려졌거나, 부모가 사정 때문에 출생신고를 못한 경우다.

출생신고가 안 돼 있고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는 가족관계등록부(호적)가 없기 때문에 뒤늦게 신분을 얻으려면 스스로 성씨를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성본창설'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매해 성본 관련 사건은 4000여건 수준으로 지난해 처리된 사건만 398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부모를 알 수 없어 성본을 창설한 경우다.

행정상의 실수 때문에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온 경우도 있다. 30대인 C씨는 4년 전 여권을 만들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가 "출생신고가 안 돼 있어 가족관계등록부가 없기 때문에 여권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를 다녔고 주민세 납부도 해왔지만, 가족관계등록부만 없었다. 구청 직원은 "출생신고 과정에서 서류가 누락된 것 같다"고 했다. 실수한 건 관청이었지만, 수습은 C씨의 몫이었다.

김도희 서울사회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정신질환이나 장애 등을 이유로 오랜 기간 시설에서 생활한 사람들이나 노숙인들 중에서 신분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신분을 되찾으려면 실종선고 취소 청구, 성본창설 신청,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신청, 주민등록 신고, 친자관계 존부확인청구, 출생신고 등 기본적으로 3개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시도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처한 이들 중엔 기본적인 생활 유지조차 힘든 이들이 많아 신분 회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보희 기자



해마다 100명씩 '부활'시키는 법원의 기적?


['유령'이 된 사람들]② 실종취소 선고로 매년 100명 이상 '생환
[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매년 100명 가까이가 법정에서 '부활'한다. 성경이나 신화 속 '기적'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실종선고로 인해 '사망자'로 처리됐다가 생존이 확인돼 실종선고가 취소된 이들의 얘기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실종취소 선고 건수는 연 평균 96건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만 보면 연 평균 111명이 실종취소 선고를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받았다. 올들어 5월말까지 확정된 실종취소 선고만 69건이었다.

◇감옥 보내고 보니 '무적자'

실종취소로 신분이 회복된 대표적인 사례가 '신안 염전노예'로 알려진 황모씨다. 황씨는 1993년 가출한 이후 가족들의 실종선고 신청으로 2000년 1월 사망자로 처리됐다. 막노동을 하다가 전남 신안군의 염전 노예로 전락한 황씨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다. 결국 그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사망자로 처리된지 18년만인 올 1월에야 신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나마 황씨는 태어날 때 출생신고가 돼 있었기 때문에 실종선고로 말소 처리된 종전의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부만 되살리는 것으로 신분을 회복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아예 처음부터 출생신고 등 가족관계등록은 물론 주민등록도 안 된 이른바 '무적자'(無籍者)들은 처음부터 새로 신분을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면 새로운 성과 본적을 창설하는 '성본창설'을 거쳐야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은 법원이, 주민등록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멀쩡히 살아있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죽은 것으로 간주되는, 이른바 '유령국민'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어떤 기관도 알지 못한다. 다만 정신요양시설이나 부랑자 보호소 등에 있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무적자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정도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십지문 조회'(열손가락 전부에 대한 지문조회),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자료, 출입국 조회, 수감 여부 및 범죄·수사경력 조회, 통신사를 통한 통신기록 조회 등 소위 '5종 조회'를 통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의 신분은 대부분 확인이 된다"며 "해외에 장기 불법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이 아닌 한 국내에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5종 조회에서 대부분 확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신분확인이 항상 꼼꼼하게 이뤄지진 않는다는 게 문제다. 서울공익법센터의 이상훈 센터장(변호사)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부랑자 중 다수가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행려환자 관리번호' 등으로 관리된다"며 "그나마도 요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실종선고로 사망 처리가 됐는지 여부는 물론 무적자인지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무적자'로 밝혀지는 사례도 있었다"며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만 제대로 했더라도 무적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재판마저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스스로 신고 안 하면 끝까지 '무적자'

일각에선 부랑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무적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주민등록을 새로 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적자 신분인 상태에서는 건강보험 등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법 체계상 무적자들의 신분을 일률적으로 회복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우리 법은 주민등록 등 등록사항 정정 등은 당사자의 신고에 의존하는 '당사자 신고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며 "신고사항이 발생한 지 14일 이내에 신고토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에 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민등록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은 상황인데, 무적자들의 등록을 강제하는 게 과연 현실적인 대책일지 의문"이라며 "제도 밖에 머무는 이들을 끌어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먼저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당사자 신고주의'라는 이름으로 모든 부담을 당사자에게 지우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센터장은 "'당사자 신고주의'는 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합리적 인간'임을 전제로 하지만 취약계층 중 많은 이들은 이런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나 환경이 안 된다"며 "공적기록부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한국에서 '당사자가 신고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고만 하는 것은 방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출생신고조차 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아기가 태어나면 병원이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고,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국상 기자



'74년을 유령처럼'…사각지대 놓인 평생 '무적자'


['유령'이 된 사람들]③"무적자 확인만 되면 바로 구제…주변 도움 절실해"
지난해 6월 전라남도 보성군 한 마을. 길거리를 떠돌던 노숙인 김모씨(57)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노숙인 재활시설인 해남희망원에 입소했다. 시설에서 김씨의 신상을 물었지만 김씨는 자신과 부모의 이름, 생사여부, 출생지 등을 전혀 몰랐다. 김씨는 인지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었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해남희망원은 김씨와 함께 경찰서에 찾아가 신분조회를 요구했다. 경찰에서 김씨의 지문을 이용해 신원조회를 시도했지만 김씨와 같은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실종신고도 없었다. 김씨는 공식적인 신분이 없는 '무적자'(無籍者)였다. 김씨는 올해 초 해남희망원과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성(姓)·본(本)과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소송으로 57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태어날 때부터 출생신고가 안 되거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이 살아온 무적자들도 적지 않다. 이 땅에 살고 있지만 국민의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유령국민인 셈이다. 주요 사회 보장 보험, 기초생활수급비 등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성·본과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신청을 한 무적자는 2013년 105명, 2014년 78명, 2015년 72명, 2016년 49명, 2017년 69명, 2018년 상반기 20명 등 5년 6개월 동안 총 393명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비롯해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도 무적자를 직접 찾아 무료로 성·본 또는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소송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구제받지 못한 무적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될 때까지 구제받지 못하고 길거리나 병원을 떠도는 무적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들 다수는 노숙인이나 지능이 낮은 장애인들로 사회와 격리돼 혼자 살아가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위승용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변호사는 "출생신고도 안 되고 부모님에게 버려진 1~6살까지 아이들은 최근 고아원 등 아동 보호시설에서 빠르게 도움을 요청한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구제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무적자들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김모씨(여·74)도 무적자로 살아왔다. 서울의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김모씨는 경찰의 신원조회와 연고자 조회를 했지만 신원과 연고자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무적자인 김씨는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 장애연금 등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정신병원과 거리를 떠돌던 김씨는 서울특별시립 여성보호센터에 입소하면서 가까스로 구제받았다. 서울특별시립 여성보호센터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김씨는 올해 2월 74년 만에 성·본과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했다.

백주원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중장년층 무적자 중 많은 사람들이 성·본 또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살아간다"며 "특히 지능이 일반사람들 보다 떨어지고 의사 소통이 안 되는 무적자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구제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적자들에게 무료 법률자문을 해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기관과 노숙인 보호시설 등 사회복지 기관 간에 연계가 절실하다.

강문혁 대한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 변호사는 "사회복지 기관에서 사례를 발굴해 접수만 하면 구제는 아주 쉽게 이뤄진다"며 "무적자들은 법적인 구제수단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 가까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등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6년째 아들 기다리는 70대父 "성인이라 안된다고"


['유령'이 된 사람들]④성인 실종자 '가출'로 분류, 위치추적도 어려워

손항배씨(73)의 실종된 아들 인성씨를 찾는 전단지 /사진=손항배씨 제공
손항배씨(73)의 실종된 아들 인성씨를 찾는 전단지 /사진=손항배씨 제공
손항배씨(73)는 16년 전 아들 인성씨(실종 당시 30세)가 실종된 날을 떠올리면 화가 치민다. 손씨는 2002년 4월12일 아들이 경기 안산 자택에서 출근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흘째 연락이 두절 되자 곧바로 경찰서를 찾았다. 아들이 연락 없이 사라졌으니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거절했다. 성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눈에 보이는 경찰서마다 찾아가 위치추적을 요청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단순 가출일 수 있어 수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손씨는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만 해줬다면 혹시 잘못됐더라도 시신이라도 찾았을 텐데 원망스럽다"며 "(그때 생각만 하면) 경찰서를 부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아들 인성씨는 학창시절 속 한 번 썩인 적 없었다. 월급날이면 부모님 선물도 살뜰히 챙기던 효자였다. 손씨는 "요즘 남의 아들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볼 때, 젊은 아빠가 아이와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아들(인성씨) 생각이 많이 난다"며 "지금도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매일 새벽 2~3시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고 말했다.

성인 실종자는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성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성인 실종자는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출인 신고 건수는 매년 6만여명 수준이다. △2013년 5만7751건 △2014년 5만9202건 △2015년 6만3471건 △2016년 6만7907건 △2017년 6만5830건 등이다.

이 중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한 건수는 △2013년 410건 △2014년 433건 △2015년 506건 △2016년 822건 △2017년 1291건 등으로 적지 않다.

실종 아동 등의 신고접수 건수와 비교해도 더 많은 수치다. 실종 아동 등 신고 접수 건수는 매년 3만6000~3만8000여명 수준이다. 실종 아동 등에는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가 포함된다.

하지만 아동과 달리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에는 위치정보 확인 등 경찰 수색에 제한이 있다.

아동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적용을 받아 개인 위치정보 등을 요청해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성인은 실종아동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개인 위치정보 확인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규칙에 따라 성인 실종신고도 똑같이 수사한다"며 "하지만 성인은 헌법상 자기결정권·거주 이전의 자유 등이 있기 때문에 개인위치 정보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성인이더라도 유서를 써놓고 사라졌다든지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성인이기 때문에 민감한 개인 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 요청해 확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위치정보보호법(제29조 긴급구조를 위한 개인위치정보의 이용)에 따르면 '생명·신체를 위협하는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구조가 필요한 사람'일 경우에만 개인 위치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는 정보 주체, 즉 성인의 경우 본인의 동이 없이는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성인일 경우 단순 가출인지 납치 등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가 있다"며 "각종 미제사건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범죄 혐의점이 불명확한) 개인 실종사건까지 떠안는 것도 굉장한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수사당국이 수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이해진 기자


"내 자식인데, 아빠는 출생신고를 못한다고?" 사실은…


['유령'이 된 사람들]⑤ 원칙상 엄마만 출생신고…'사랑이법' 시행으로 미혼부 출생신고 길 열려
[MT리포트]"나를 찾아줘"…살아있는 '유령'이 된 사람들
#A씨는 B씨과 여섯달을 만나다 헤어졌다. 성격 차이 때문이었다. 약 1년반이 지난 어느 날, A씨는 B씨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 아이를 안고 나온 B씨는 헤어진 후 A씨의 아이를 낳았다며 잠시만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 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됐다.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딸인 것을 확인한 A씨는 출생신고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A씨는 아이의 엄마인 B씨에 대해 이름 말곤 아는 게 없었다. 과연 B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11월18일까진 불가능했지만, 그 이후엔 가능해졌다. 이른바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그전까지 미혼부는 생모의 이름, 주민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르면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생모가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생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미혼부들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아이를 고아원에 맡긴 뒤 고아원에서 출생신고를 하면 다시 입양하는 등의 방법이다.

그러나 사랑이법 시행으로 지금은 유전자 검사서가 있으면 생모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생부가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출생신고를 원하는 미혼부는 가정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확인'을 신청하면 된다.

가정법원이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을 확인한다’라고 결정해주면 미혼부는 이에 따라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2015년 11월 사랑이법 시행 이후 지난 6월까지 331명이 이런 절차를 밟아 아이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사랑이법도 시행 초기 진통이 없지 않았다. 사랑이법은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생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빠가 아이 엄마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생부가 생모의 이름 등을 안다는 이유로 법원이 출생신고확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의정부지법이 2심 재판에서 새로운 판결을 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의정부지법은 “이 법에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 함은 인적사항을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어 친모를 특정하지 못해 생부 혼자 출생신고를 못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생부가 생모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부분적으로 아는 경우에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각에선 사랑이법에 대해 악용 우려를 제기한다. 사실혼 관계에서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서로 합의 아래 이런 절차를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가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황수철 변호사(제이씨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출생신고는 아이뿐 아니라 아이 부모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절차"라며 "아이들을 복지시스템 안에서 보호하기 위해 사랑이법과 같은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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