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중심 금융당국, 균형 잡는다 "금융산업 챙겨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가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신(新)산업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진=청와대 제공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금융산업진흥과 금융시장감독을 모두 맡고 있는 부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은 ‘감독 강화’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특히 금융을 실물지원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감독 강화’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키워 왔던 금융감독원은 주춤하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각 금융협회, 연구기관들로부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을 산업이 아닌 실물 지원 기능, 재벌개혁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알고 있다”며 “거창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산업정책도 힘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1년 국회, 시민단체들로부터 금융적폐를 비호해 왔다는 공격을 받으면서 감독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실어왔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위 외부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산업진흥정책을 강조하면서 금융감독이 희생됐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금융의 실물지원 강화, 금융지배구조 개선, 서민과 소비자보호, 삼성그룹 등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이 지난 1년의 대표적인 금융정책들이다.

하지만 최근 ‘감독강화’와 함께 ‘금융산업 육성’도 병행해야 한다는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확연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7일 인터넷은행 현장방문 연설문에는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이란 문구와 함께 ‘독자적인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금융’이란 표현이 들어갔다. 금융을 지원과 개혁의 수단에서 독자적 산업으로 인정하는 발언이다. 연설문이 몇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의도적으로 추가된 문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금융 분야의 여러 기관과 금융회사들이 긴밀하고 조화롭게 협업해야 금융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며 ‘조화’, ‘협업’을 강조했다.

‘금융권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금감원은 입장이 애매해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금은 업계 자율성보다는 감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권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금감원은 시장에선 ‘지나친 개입’이란 반발을 샀고 국회에선 ‘관치주의자냐’는 지적을 받았지만 즉시연금 일괄구제, 종합검사 부활 등 감독강화 조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금융산업 발전’, ‘감독기관과 금융권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논란을 돌파할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청와대도 금감원이 지나치게 금융권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원의 힘을 강화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도 기류 변화를 감지하고 어떻게 입장을 잡아야할 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윤 원장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