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윤석헌 "금감원장 취임후 생각 달라진 것 없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취임 후 (학자 때와) 생각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금융감독은 산업정책에 대해 견제와 균형 기능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산업 발전하려다가도 사건사고 터지면 주저앉고 소비자 불만 터져 나온다"며 "금융감독이 선제 대응해서 지킬 것은 지키면 그것을 토대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16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즉시연금>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민원인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 공식 입장은 어떤가


- 금융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다. 그동안 한국 금융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기회를 역이용해서 신뢰를 높이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금융회사와 고객 관계이니 우리는 권고할 따름이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취급받는 것은 감독자로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공식 입장이다.

▷보복성 검사 없다고 이야기한 적 있지만 소송은 길어질텐데 소송 끝나기 전에는 검사 시작 못 하나.

-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해 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을 비롯해 다른 회사들이 우리의 검사업무와 관련된 업무가 굉장히 많다. 다른 일로 검사 나갈 일은 반드시 있을텐데 그것까지 피하는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할 일은 한다.

은행 가서 100만원 넣으면 이자 2%다. 100만 원에 2% 이자 받는다. 보험은 100만원 집어 넣으면 사업비 공제하고 나머지 운용한다는 건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회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줄 책임이 있다.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보험사는 보험원리라고 당연하다고 한다. 은행은 2% 이자 주고 나머지로 사업비를 한다. 경비를 충당한다. 그런데 보험은 경비 충당을 먼저 한다. 경비 충당 위험을 소비자에게 다 넘긴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와 금융사 중 금융사가 위험 더 부담해야 맞지만 100% 부담은 안되니 전가할 수 있지만 그럼 분명히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 것 제대로 못 하고 어떻게 금융 선진화 되나.

상법에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라는게 있는데, 약관이 애매하면 약관 작성자가 책임 진다는 내용이다. 자살보험때도 결국 그거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송지원제도 신청 들어왔나.

- 아직 없다.

▷사업비 떼는 건 문제가 없지 않나.

- 보험 가입 시 사업비를 차감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만기 보험금 지급재원을 차감한다는 점이 약관에 없는 게 문제다. 보험도 은행도 당연히 뭔가 운영하려면 경비가 들어간다.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득하고 떼느냐가 문제다. 은행에 익숙해져 있는 것인지 몰라도 은행은 상식적으로 하는데, 보험은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한다. 보험이 특약이 많으니 사업비가 복잡한건 이해되지만 그런건 회사가 정리해야 할 일이고 그걸 불투명하게 고객에게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종합검사 대상 선정시 소비자보호 영향 등을 볼텐데 그런 기준이면 삼성생명 등 해당 되지 않나. 종합검사 타깃 삼성생명이 되지 않겠냐는 말도 있다.

- 그런 시장 예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합검사는 소비자보호 외에 금융시스템도 연결돼 있다. 어떤 회사가 신용대출 확 늘거나 하면 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겠다는 옵션을 들고 있겠다는 것이다. 옛날 방식으로 검사하는 건 아니고 카드로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 종합검사 계획 있나

- 아직은 논의단계다. 소비자보호문제, 즉시연금도 그렇고 중요하다 판단되면 욕을 먹어도 검사해야 한다.

▷ 금감원이 통과시켜 준 약관인데.

- 그런 것도 있지만 심사해서 통과 시키는 게 약관의 신뢰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고 소비자 관련해서 크게 불합리한 것 있거나 다른 법적인 것과 모순되는 것 있나 보는 게 약관 심사다. (금융당국이) 심사했다고 해서 보험회사 책임 없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다.

▷ 저금리만 아니었으면 넘어갔을 수 있는 문제인데

- 정말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 건드리지 않았으면 계속 갔을 것이다. 그대로 가기는 어려운데 잘 됐다고 생각한다.

▷ 일괄구제 또 할건가.

- 필요하면 해야 한다. 법이 없다고 하는데 세상에 법이 다 있나. 미국 영국 다한다. 암보험은 좀 다르지만 (즉시연금은) 똑같은 조항이다. 일정기간 돈만 지급하면 되는데 왜 건건이 해야 하나.

▷ 집단소송은?

- 증권만 된다. 자본시장법에만 있다. 그래서 소비자보호법에 넣으려고 하는데 소비자보호법이 잘 안 되고 있다.

<규제 완화 이슈>

▷ 정부의 정책 기조가 최근 규제개혁으로 턴어라운드 하고 있다. 특히 당정청 미는 게 은산분리 완화 같은 금융 규제완화다. 금감원장으로서 어떻게 대응할건가.

- 금융감독은 금융산업 정책에 대해 견제와 균형 기능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것 잘 하는 게 금감원 본연의 임무다. 잘 해서 균형을 이루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금융산업 발전하려다 사건사고 터지면 주저앉고 소비자 불만터지고 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이 선제 대응해서 지킬 것은 지키고 가자, 그걸 토대로 금융산업 발전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에서도 금융감독이 기본적으로 끌고 가려는 가치는 소비자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시스템리스크 통제 등이다. 그런 것들을 선제적으로 컨트롤하면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을 잡는다고 보고 그 바탕 위에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두 가지 명제가 배치되는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산업자본을 불러와서 그걸 인터넷은행 등의 활성화 위해 잘 쓰자, 그렇게 해서 ICT 기술 갖고 있는 기업이 기여하도록 하려는 부분이 있다.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재벌의 사금고 문제, 실물자산이 금융을 지배하면 자원배분 공정하게 안 되거나 또 인터넷은행 추진이 가계부채 부담 줄이는 문제와 배치되는 문제가 있다. 결국 장단점이 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정부가 추진방향을 잡고 나가는 상황에서 감독기구는 그것이 혹시라도 가져올 부작용, 예를들면 소비자 보호나 건전성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방안을 잘 모색해서 문제가 최소화 되도록 뒷받침 하는게 금감원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은산분리는 비용과 편익 중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 소신 아닌가. 규제완화와 부작용, 사금고 우려와 실물경제 지배 우려 등을 금융감독 기능으로 제어할 수 있나.

- 답하기 어려운데, 지금 인터넷은행은 특례법으로 간다. 특례법 보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산업자본 자격이나 적격성 규제하고 감독도 강화해서 부작용에 대해 예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원하니 한번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위험이 생겨도 컨트롤 가능한 정도 아닐까.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인터넷은행은 특정 분야에 존재한다.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하거나 저축은행 등 좁은 영역에서 한다. 우리도 은행으로 너무 오픈하지 말고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학자 시절 소신이 강했다. 이전에 비판자적 입장에서 금감원 볼 때랑 운영자 입장에서 볼 때와 다른가. 본인 생각 바뀐 것이 있나.

- 학자일때 금융감독 관심 많았으니깐 다분히 비판적인 얘기도 했고 그런 입장도 취했던 적도 있다. 금감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달라진 부분 분명히 있다. 답은 간단하다. 제가 갖고 있던 선택지가 좁아진 것이다. 과거에는 넓은 것을 자유스럽게 들여다 봤지만 지금은 금감원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있어서 제가 어떤 경계를 넘어서 밖을 보고 뭐라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그걸 할만한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다.

다른 쪽에서 누군가가 감당할테니 제 맡은 역할을 잘 하자 이렇게 된다. 그게 뭐냐. 아까도 말했지만 금융감독 잘 이끌어서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인데 그것 자체도 간단한 과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쪽에 주력하는 게 제가 맡은 역할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생각이 바뀌었구나라고 볼 수도 있는데 실제로 생각이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위에서 2015년 이전 회계적정성 감리조치안 다시 내라고 하라고 했을 때 일단 거부했는데 왜 그랬나.

- 그 부분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봤다. 내부 변호사, 회계사들의 자문 구하니깐 원안 고수가 옳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법 한 사람은 대부분 그렇게 말했다. 증선위도 논리가 있지만 나중에 두 논리가 논쟁하다가 우리는 우리대로 가겠다 했는데 저쪽에서 곤란하다고 해서 결국 (재감리로) 타협한 것이다.

▷재감리는 원안 고수가 아닌건가

- 달라져야 한다. 2012~2014년 회계처리 적정성 다시 보지 않는 게 2015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그런데 그것만 고수하기 어려우니 이것저것 살펴보고 그림 어떻게 그릴지 폭넓게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감리 시간 걸릴까.

- 시간 걸리겠지만 생각처럼 많은 노동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래도 중간에 뭐가 걸리면 시간 걸릴 수도 있지만 가능한 빨리 하겠다.

▷삼성물산 감리는

- 지금 안 하고 있다. 그걸 건드릴 정도는 아니다.

<기타>

▷ 유진투자증권 검사 문제는

- 조사중이라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증권사와 예탁결제원에 문제 있을 수 있다. 증권사가 내부통제나 위험관리에 대해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예탁원도 정교한 시스템 갖춰야 한다. 예탁원도 어떻게 조치할지 봐야 하는데 금융위와 협조하겠다. 시스템 필요하면 시스템 고쳐야 한다.

▷ 카드수수료 워낙 낮춰서 카드사 속앓이 하고 있다

-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급결제, 소상공인 맞물려서 복잡하다. 미래의 지급결제랑도 연결된다. 시장도 관심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플레이어는 한국은행, 카드사다. 양쪽이 경쟁도 하고 카드쪽에 빅데이터 같은 업무영역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양쪽으로 끌고 가면서 경쟁하는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