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국산 맥주'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올해 2분기 국내 맥주 업계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국산 맥주 판매량 감소세가 지속되고 수입 맥주에 밀리는 형국이다. 희망을 걸었던 내년 주류세 개편까지 무산되면서 활기를 잃었다는 평가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하이트진로 매출액은 4932억원, 영업이익은 2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3% 감소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부문 매출액이 2.5% 늘어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문제는 맥주였다. 하이트, 맥스 등 레귤러 맥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

롯데주류를 운영하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2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롯데칠성의 2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5965억원, 영업이익은 22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견줘 매출액은 3.9%, 영업이익은 4.4% 줄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국산 매출 수요 감소가 꼽힌다.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 줄었고 피츠 역시 판매 부진을 지속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KB증권은 올해 클라우드 매출액 837억원, 피츠 613억원 등으로 총 롯데칠성음료 맥주 예상 실적을 1585억원, 영업적자는 6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에도 클라우드 매출액이 감소세이고, 피츠 월평균 매출액이 5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7월부터 시작된 여름 성수기 특수에도 맥주 실적은 살아나지 않는 모양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 판매량 증가를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극심한 폭염에 오히려 지난해보다 맥주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세제개편안 개정 때 도입되길 기대했던 맥주 종량세 도입이 잠정 무산된 탓에 맥주업계의 실망감도 크다. 현행 과세 체계는 종가세를 적용해 국산 맥주보다 수입 맥주의 세금이 낮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과세 기준으로 하는 반면 수입 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 표준이어서 수입신고가격을 낮추면 세금을 적게 내는 구조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밀린다.

각 주류 회사들은 발포주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발포주는 맥아 비율을 줄여 만든 술로,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에 속해 세금이 낮다. 하이트진로 발포주 '필라이트' 성장세에 자극을 받은 맥주 업계 1위 OB맥주는 최근 발포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필라이트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뛰었다. 2분기 필라이트는 300만 상자가 팔리며 3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49만 상자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504% 증가했다. 이 같이 발포주 시장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국내 맥주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