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에 놀란 박원순 “여의도·용산 재개발 보류”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재개발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이후 일대 집값이 급등하는 등 의도치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26일 오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며 “최근 서울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0~24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34%로 집계됐다. 전주(0.15%) 보다 2배 이상 상승폭이 확대됐고 지난 2월 셋째 주(0.40%) 이후 26주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지난달 10일 박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밝힌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박 시장은 당시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은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단지와 공원, 쇼핑센터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 직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 시세가 한 주만에 1~2억원 오르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규모 개발계획은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박 시장은 "여의도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시장 권한“이라고 반박하며 갈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본인 발언으로 집값이 불안정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여의도·용산 재개발 구상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고 추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관련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과열 조짐이 확산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나 주택시장 안정도 서울시장의 중요한 책무여서 개발 보류를 결단했다”며 “정부와 협업해 부동산 시장을 최대한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이번에 보류된 개발 계획이 언제 다시 추진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의도 재개발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시범‧공작 아파트 재건축 사업 추진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박 시장은 또 최근 발표한 강북권 균형개발과 관련해선 “토건 위주로 가는 것은 70년대 방식”이라며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위주로 하지 않겠다는 방향성도 밝혔다.

공공임대주택 24만호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보유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정책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특히 “각종 조세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실거래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향후 불법 부동산거래 단속, 재건축 개발이익의 철저한 환수 등을 통해 정부와 부동산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행정2부시장 직속 ‘부동산 상황 점검반’을 설치해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와 관련,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뒤늦은 수습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계획이 보류됐다고 해서 이미 오른 집값이 단기간에 대폭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이미 나온 내용인데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다는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