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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고기, 야채? 비싸서 못 먹어요"…건강격차 부른다

[탄수화물에 미치다-①]저소득·노년, 정제 탄수화물 식단 내몰려…비만·성인병 노출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입력 : 2018.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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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수험생들이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수험생들이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뉴스1
[빨간날]"고기, 야채? 비싸서 못 먹어요"…건강격차 부른다
#가장 먼저 바뀐 건 냉장고였다. 지난해 취직한 직장인 김상현씨(28)는 항상 텅 비어있던 냉장고가 고기와 야채로 채워진 모습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식비가 부족하던 취업준비생 시절 삼각김밥이나 동네 빵집의 빵으로 허기를 달래던 김씨는 취업 후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섭취를 늘린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식단을 바꾼 뒤로 더부룩한 느낌은 사라지고 군살도 줄었다.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은 건강한 식단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건강에는 돈이 든다. 상대적으로 비싼 고기와 야채를 구입하기 힘든 이들은 저렴한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식단의 차이는 건강격차로까지 이어진다.



"고기, 야채? 비싸서 못 먹어요"…탄수화물·단백질 격차↑



[빨간날]"고기, 야채? 비싸서 못 먹어요"…건강격차 부른다

대학생 정모씨(24)는 최근 일주일 동안 같은 식단으로 식사를 이어오고 있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과 저녁에 즉석밥과 계란 그리고 라면과 통조림햄을 먹는다. 집에서 먹지 못할 때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을 찾는다. 영양구성이 불균형하고 탄수화물, 지방, 나트륨이 과한 식단이다. 이처럼 식비를 최소화한 식단으로 장을 봐도 한 달에 식비로 약 15만원 가량을 쓴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5)도 "용돈을 받는 게 눈치 보여서 식비를 줄였다"며 "컵밥이나 편의점 음식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올해 초 대학생 2739명을 대상으로 물가 상승시 지출을 줄일 항목을 물어본 결과 66.7%(1827명)가 '식비를 줄이겠다'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대학생 평균 생활비는 51만40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TV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TV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노년층도 부실한 식단에 노출되기 쉽다. 소득이 낮고 치아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야채나 채소 대신 부드러운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16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일일 단백질 섭취량은 51.7g으로 전체 평균인 71.8g보다 30%가량 적다. 최명순씨(63·가명)는 "많이 씹을 필요없는 부드러운 식사를 선호한다"며 "누룽지를 끓인 탕이나 물에 만 밥에 몇가지 반찬만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샐러드, 육류 등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는 30대 이상 중산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연령과 소득에 따른 식사의 질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 신선식품 배송업체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늘고, 업체도 많아지고 있다"며 "주된 고객은 직장인이나 사회활동이 활발한 30~40대"라고 설명했다.



연령·소득별 식단 차이…건강격차로 이어져


[빨간날]"고기, 야채? 비싸서 못 먹어요"…건강격차 부른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이 탄수화물, 특히 몸에 좋지 않은 정제 탄수화물에 쉽게 노출된다고 우려한다. 강재헌 백병원 교수는 "정제 탄수화물은 저렴하고 쉽게 열량을 얻을 수 있는 식품"이라며 "하지만 정제 탄수화물이 많은 라면, 탄산음료, 저렴한 빵 등은 열량만 높을 뿐 영양소는 적기 때문에 성인병을 유발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식습관의 차이는 건강 격차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비만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이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과 재산이 반영된 건강보험료 분위와 비만율을 대조하면 소득이 낮은 1분위의 고도비만율(체질량지수 30∼35)은 5.12%로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고소득층인 19분위는 3.93%를 기록해 가장 낮았다.

세대별 차이도 두드러진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성인 비만율은 30.65%다. 조사 대상 연령대 가운데 전체 평균 비만율보다 높은 연령대는 50~59세(32.22%), 60~69세(34.89%), 70~79세(34.02%)로 중·장년층에 속했다.



연령·소득 맞춤형 영양 대책 없어…"식품 쿠폰, 건강식품 보급 등 고려해야"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주민센터에서 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저소득 결식아동을 위한 '건강한 여름나기 영양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사진=뉴스1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주민센터에서 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저소득 결식아동을 위한 '건강한 여름나기 영양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사진=뉴스1
연령과 소득에 따른 식단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들에 맞는 맞춤형 대책은 마련되어있지 않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는 세대별·소득별 영양 불균형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언급했으나 임산부·아동을 제외한 특정 계층에 대한 영양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특정 계층이 건강 문제에 취약한 건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영양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며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긴 쉽지 않다. 영양 문제라면 각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대책을 세우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영양 개선 대책을 주문한다. 배고픔을 해소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건강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강재헌 백병원 교수는 "독거 가구가 많고, 영양 관련 정보가 적은 노인들에겐 건강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가격이 비싼 건강식품을 저소득층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식품 쿠폰을 제공하거나 양질의 급식 등을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정크푸드 소비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거론되는 '정크푸드세'(설탕세·비만세 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였다. 강 교수는 "정크푸드세는 거둔 세금을 반드시 건강식품 보급에 쓰인다는 전제 하에 도입되어야 한다"며 "담배세처럼 금연 정책이 아닌 곳에 쓰일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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