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긴축까지…위축되는 亞·歐 제조업 경기

일본(하얀선)과 독일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추이. 미국발 무역전쟁이 심화된 올해 초부터 하락세가 뚜렷하다. /사진=블룸버그

아시아와 유럽 제조업 경기가 위축될 조짐이다.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제조업체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수출업체들이 불투명한 미래와 비용 상승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의 경기 전망 심리가 올해 초부터 현저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내 추가로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과 가장 격렬히 무역전쟁 중인 중국은 제조업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차이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전달에 이어 재차 둔화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보여주는 지표다. 15개월 연속 확장세는 유지했으나 201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국외 신규수주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차이신의 중정성 거시경제분석국장은 "수출 상황이 암울하다"며 "중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분명한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제조업 PMI도 8월 54.6으로 거의 2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 주문 지수 역시 떨어졌고 기업 기대 지수는 2015년 이후 가장 약해졌다. 프랑스 주류회사 페르노리카의 알렉상드르 리카르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나타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일종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며 "우리에게 자유무역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한 양적완화정책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시장의 혼란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 가치와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등 '긴축 발작'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은 2007년 2분기 3조5400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15조5000억달러로 4배 이상 급증했다. OECD는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올해 초 이미 신흥시장 등의 자산가격이 극단적으로 움직였다"면서 "이는 앞으로 다가올 현상의 맛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