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진수 前교수 '특허 빼돌리기' 의혹 감사 착수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뉴스1

김진수 전 서울대학교 교수의 특허 빼돌리기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가 "학교의 권리가 침해당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필요한 형·민사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9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 예비감사 후 외부 특허법인의 정밀분석 등 특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은 김 전 교수가 서울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시절 세금 23억3600만원을 지원받아 개발한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이하 크리스퍼) 원천기술 특허권을 자신이 최대주주인 민간 기업 '툴젠'에 빼돌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서울대가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해당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대는 "수천억원대 특허권을 뺏겼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직무발명 보상금 배분은 '서울대학교 실시료 분배지침 제3조와 제4조에 따라 전체 연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고 김 전 교수에게도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크리스퍼 기술을 1800만원 상당에 넘긴 이유로는 "일반적으로 기술이 사업화되기 이전에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다양한 변수에 따라 가치가 유동적"이라며 "기술이전 시점(2012년) 특허의 가치가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고 서울대가 책정한 기술료가 낮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툴젠이 특허 이익을 독점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서울대는 "툴젠은 2011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화학부에 각각 5만주씩 총 10만주의 주식을 발전기금 형식으로 이전했다"며 "코넥스에서 거래되는 현재 주가를 적용하면 약 134억원의 가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대 연구처는 올해 7월 창업지원위원회를 열어 '서울대 교수가 창업신청을 할 경우 본인 지분의 10%를 학교에 의무양도하도록 하는 규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이 없었던 2011년 툴젠은 자발적으로 10만주를 학교에 양도했고, 현재 추진 중인 의무규정에 비춰봐도 적은 수준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김 전 교수와 툴젠 측이 크리스퍼 기술 특허 개발 당시 서울대에 상당한 주식을 넘겼기 때문에 연구 권리 독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울대가 이번 사안을 묵인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해 6월 관련 연구원이 민원을 제기했을 당시 경찰도 동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학교도) 위법적인 부분이 확인될 경우 조치를 취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회사겸직교수 특허출원 현황 및 조치계획(안)'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4월 본격적인 서울대 자체조사를 시작해 모 특허법인과 면밀한 권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허법인의 권리평가에서 서울대가 배제된 다수의 툴젠 특허를 전수조사한 뒤 학교 권리가 침해된 부분이 발견될 경우 필요한 형·민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툴젠도 특허 빼돌리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김종문 툴젠 대표는 9일 입장문을 내고 "정당하고 적법한 계약에 근거해 권리를 이전받았다"며 "특허는 서울대 소속 발명자들과 툴젠 소속 발명자가 공동으로 발명해 정당하게 이전받은 기술"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