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압박에도 금리 올린 터키, 아르헨·브라질 통화가치는 최저갱신

터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리라화 가치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통화 가치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흥시장 위기는 계속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정책금리를 기존 17.75%에서 24%로 6.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인상 폭(3.25%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서민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에 반대하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도 통화정책회의 2시간 전 "금리를 내리라"며 중앙은행을 압박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에르두안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지난 15년 간 가장 큰 폭의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이 반응했다.

특히 리라화 가치는 즉시 반등했다.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전날보다 3.38% 하락한 달러당 6.1279리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5% 넘게 내리기도 했다. 달러 대비 리라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추락하던 리라화 가치는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달 들어 7% 가까이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흔들리는 분위기였으나, 이번에 과감한 행동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투자회사 블루베이에셋매니지먼트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엄청난 압력에도 (터키 중앙은행이)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며 "터키는 리라를 지키고 시장의 신뢰를 다시 구축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혔던 터키가 금리인상을 한시름 놓은 것과는 별개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의 위기는 악화했다.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은 전날보다 2.96% 오른 달러당 39.47페소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이다.

아르헨티나 통화가 흔들린 것은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3.9%를 기록했다. 최근 1년 물가상승률은 34.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금 유출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60%까지 올리고, 내년 지출을 1960억페소(약 5조5000억원)나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이날 하루에만 8800만달러나 쏟아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았지만, 외화보유액은 지난 3월 617억3000만달러에서 이달 현재 505억달러로 줄었다.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이 피습당할 정도로 정가가 혼란한 상황인 브라질도 위험지대다. 12일 달러/헤알 환율은 전날보다 1.21% 오른 달러당 4.196헤알을 기록했다. 1994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그만큼 헤알화 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브라질 국가부도위험을 알려주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연구원은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서면서 신흥시장의 추가 하락 위험은 조금 완화됐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통화는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가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