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달러 관세 임박… 美中 무역전쟁 '고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9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궁전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2000억 달러(224조 원) 규모 관세 추가 부과를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한번 고비를 맞고 있다. 양국이 협상 재개를 위해 접촉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강행 메시지를 보내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관세 여파로 양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누적되고 미국에선 관세 부과 중단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조직화되는 등 무역전쟁 지속에 대한 양측의 부담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한손엔 '협상' 한손엔 '2000억 달러 관세'= 1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무역정책 핵심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이 마무리된 만큼, 곧 새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17일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므누신 장관이 중국에 새로운 고위급 무역 협상을 제안하는 초청장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우리는 중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그 어떤 압박도 받지 않는다. 압박을 받는 건 그들(중국)"이라며 공세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온건파 관료들의 협상 재개를 용인하면서 한쪽으론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한 공격이 될 2000억 달러 관세 부과 강행의지를 밝힌 것이다.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술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현 시점을 그만큼 중요한 국면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中 중소 수출기업 어려움 가중…거시지표도 불안= 미국이 계획대로 2000억 달러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 투자회사 JP모건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내 실업자 수가 최대 300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기준 969만 명 수준인 중국 실업자수가 단번에 30%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미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심화되는 추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인건비,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중국의 중소 수출 제조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이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씨는 SCMP에 "미국 바이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관세의 상당 부분을 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럴 여력이 없다"며 "벌써 상당수 바이어가 베트남, 인도 등으로 구매처를 옮겼다"고 전했다. 거시 지표들도 불안하다.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 종합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5% 추락했고, 고정자산투자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입 제품 가격에 영향을 받는 물가도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다.

◇미국 소비자에 부메랑…기업 반발 확산= 미국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600억 달러(67조 원) 관세 부과로 맞대응 하겠다고 밝힌 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자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에서 팔리는 의류와 가전, 장난감, 스마트폰, 보석류 등 생활에 밀접한 상품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WSJ 등은 첨단 정보통신(IT) 기업에서부터 소매회사, 장난감 제조업체, 농장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 산업의 전 업종을 망라하는 수천 개의 기업들이 12일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미국인(Americans for Free Trade, AFT)'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관세 반대 로비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WSJ에 따르면 공청회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한 관세율을 당초 예상치인 25%보다 낮은 10% 수준으로 책정했다.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이처럼 무역전쟁 지속에 따른 양측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제로 관세, 제로 비관세장벽, 제로 보조금, 지적재산권 절도 금지, 강제적 기술이전 금지, 미국인의 (중국 내) 기업경영 허용 등 미국의 요구사항이 중국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는 협상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외신들은 미국 측이 중국에 무역협상 재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으며, WSJ은 27~28일 워싱턴 D.C.에서 미중 고위급 협상이 열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