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20일 백두산 등산… 더욱 특별한 이유

북한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주도한 제임스 헤이몬드 영국 런던대 교수가 찍은 가을철 백두산 천지 모습/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에 오른다.

백두산 방문은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뒤,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전 일찍 평양에서 백두산으로 출발할 예정"이라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등산 마니아'로 불린다. 문 대통령은 올해 첫날인 1월1일 서울 북한산 비봉능선에서 새해 첫날 일출을 바라봤다. /사진=뉴스1

◇문 대통령의 오랜 소원… "북측에서 올라가 백두산 트래킹"
이번 백두산 방문은 파격 예우로 풀이된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 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을 조심스럽게 점쳤으나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때는 북한 내의 일부 시설을 둘러본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평양공동선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만큼, 일정을 잘 마무리하는 의미로 백두산을 함께 방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파격 선언도 한 상태다.

이번 백두산 방문은 문 대통령에게 특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평화의집에 걸린 백두산 장백폭포 그림을 가리키며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을 가고 싶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위해 지난 18일 평양으로 향할 때도 백두산 등산을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기내에서 "나는 백두산에 가긴 가되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올라가겠다고 오랜 기간 공언해왔다"며 "중국 동포가 백두산으로 나를 여러 번 초청했지만 내가 했었던 그 말 때문에 늘 사양했었는데, 그 말을 괜히 했나보다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군 중흥농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지난 7월10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번 백두산 방문이 북한 경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 백두산 인근 도시인 양강도 삼지연군을 방문해 관광 사업 개발과 생태환경 보존 등을 강조한 바 있다.

◇백두산, '백두혈통' 김정은에게도 특별

백두산은 김 위원장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김 위원장은 '백두혈통'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백두산을 빈번히 방문했다.

백두혈통은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다.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이나 혈통의 신성함이 절대적 의미를 갖고, 일종의 권력 정통성을 의미한다. 북한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를 백두산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어머니가 1962년에 일본에서 10살 때 귀국한 북성교포씨였다 보니, '후지산 혈통'이라는 조롱을 당해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자주 백두산을 올랐다.

지난해 12월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백두산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7일엔 엄동설한(백두산 정상 기온 영하 31~22도)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겨울에 백두산을 찾아 백두산 천지를 오르기도 했다. 당시 북한 관영 언론들은 "백두 성산(聖山)을 혁명전통교양의 거점으로 더 잘 꾸리기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거나 "백두산 답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관(숙박시설) 등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에 오른 전후로 중대한 결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엔 측근들과 함께 백두산 근처 삼지연을 다녀온 뒤 고모부인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고 △2015년 4월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직전 백두산을 찾았다. 또 △2016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에도 백두산과 삼지연을 찾았고, △지난해 12월 백두산 천지에 오르고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15년 4월19일 김정은 당시 제1비서가 백두산 천지에 올라 찍은 사진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사진=뉴스1, 노동신문

이에 따라 이번 백두산 방문이 김 위원장에게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잘 마무리했다는 의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