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도 아깝다…노량진 학원가는 '열공' 모드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컵밥거리에서 수험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수험생들이 모인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을 위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노량진만의 특별한 명절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한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는 추석특강을 알리는 포스터가 줄지어 나붙었다. 이 포스터를 뒤로한 채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수험생들의 물결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한 손에 교재를 들고 저마다 발걸음을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 카페에서는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했다. 이들에게 추석 연휴는 쉬는 날이 아니라 부족한 공부를 위한 기간이었다.


올해도 학원가에서는 추석 연휴를 맞아 수험생들을 위한 특강을 마련했다.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수험생들을 붙잡고 곧 있을 시험을 착실히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휴 기간 무료 특강을 운영하는 한 공무원시험 학원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데 집에 있는 것보다 학원에 나와서 수업을 듣는 것이 훨씬 낫다"며 "학생들이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본인에게 부족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학원에서 추석연휴 기간 무료특강을 운영한다는 포스터를 붙인 모습. /사진=김영상 기자

수험생들도 대체로 고향에 내려가기보다는 노량진에 남아 공부를 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꼭 합격해서 이곳을 떠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특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에게는 이번 연휴가 마지막 기회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서모씨(28)도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인 광주광역시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서씨가 치러야 할 체력시험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씨는 "부모님께 이번에 못 내려간다고 하니 꼭 최종합격하라는 격려를 들었다"며 "보통 명절에는 살짝 들뜬 느낌이 들지만 올해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7·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최모씨(29)는 "명절에 굳이 내려가기에는 조금 눈치가 보인다"며 "시험에 붙고 나면 마음 편하게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량진 상권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25년째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66)는 "노량진에는 집에 못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명절에도 운영하는 가게가 많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째 노량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정모씨(54)는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모두 영업을 할 계획이다. 정씨는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수험생들이 서점을 많이 찾는다"며 "명절 연휴에 만나는 수험생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하려고 남아 있구나' 하는 덕담도 해주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