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위기탈출 조짐…리라화 가치 반등

【이스탄불=AP/뉴시스】 지난 8월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레스토랑 옆에 외환 시세표가 전시되어 있다. 터키 6.82 리라를 주어야 미 1 달러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날 한때 시장에서 환율이 7.2까지 오르기도 했다. 올 초 대비 40% 이상 폭락한 리라화 시세다. 2018. 8. 13.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과의 정치적 마찰과 자금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터키가 위기에서 탈출할 조짐이다. 금리 인상 등 자구책이 먹혀들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됐다. 서방과의 화해 분위기도 조성되면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터키 무역부는 1일(현지시간) 9월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줄어든 18억90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리라화 가치 약세에 힘입어 수출이 23% 급증했지만, 수입은 18% 넘게 줄면서 수지가 크게 좋아졌다. 이에 힘입어 터키 리라화 가치도 강세로 돌아섰다. 달러/리라 환율은 1일 장중 한때 2.4%가량 급락하며 달러당 5리라대로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가 오른 것이다. 달러 대비 올해 들어 50% 가까이 떨어졌던 리라는 이달 현재 낙폭을 36%로 줄였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라보뱅크의 피오트 마티스 투자전략가 "리라화 가치는 지난달 13일 터키 중앙은행이 적절하게 금리를 올린 이후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했다. 현재 터키 정책금리는 24%로 지난달 인상 폭(6.25%포인트)은 15년 내 최대였다.

리리화 가치 폭락의 촉매였던 미국과 터키의 정치적 갈등도 곧 해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터키의 한 관리는 "친절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유럽연합(EU)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블룸버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와 미국이 외교적 대립을 끝내기 위해 터키가 오는 12일 법원 청문회를 통해 양국 외교 대립의 도화선이 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석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 석방을 거부하자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 인상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터키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터키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2.7로 2009년 3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제조업 경기가 침체한 것이다.

물가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터키 물가상승률은 18%로 15년 내 최고였다.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은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 당국은 이달 1일부터 전기요금을 일반용 9%, 산업용 18.6% 각각 인상했다. 가스요금도 비슷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터키 QNB파이낸스뱅크의 데니즈 시스크 연구원은 "(리라화 가치 폭락 등으로) 터키의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속도가 꾸준히 증가했다"며 "이는 3분기 경제 활동이 매우 빠르게 둔화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