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이라더니 의무판매…금감원 암보험 '그림자규제' 논란

금융감독원이 암보험에서 민원이 많은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별도 특약으로 분리한다고 발표한 뒤 보험사에는 의무 판매를 권고하기로 했다. 암보험을 팔면서 요양보험 특약은 안 팔 수 없도록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암으로 진단받기만 하면 암에 대한 직접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도록 암보험 약관을 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 초부터 새로운 약관의 암보험을 출시하도록 하면서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의무부과특약’으로 권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상품 성격상 이 특약은 반드시 판매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당국이 의무부과특약으로 권고한다”며 “ 암보험에서 요양병원 입원비 민원이 많은 만큼 민원 해소를 위해 요양보험 특약을 의무부과특약으로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의무부과특약이 법규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당국의 의무부과특약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무부과특약이란 특정 상품에 가입할 때 반드시 함께 가입해야 하는 특약을 칭하는 금감원 용어다. 보험업법에는 근거가 없어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로 꼽힌다. 금감원이 암보험의 요양병원 입원치료 특약을 의무부과특약으로 권고하면 보험사는 암보험을 팔 때 반드시 요양병원 특약을 함께 팔아야 한다.

의무부과특약은 특약이란 이름만 붙었을 뿐 사실상 보험의 주계약이다. 이는 보험 특약이 너무 많다며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불필요한 특약을 없애겠다는 금감원의 최근 입장과도 정면 배치된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요양병원 입원치료 특약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의무부과특약이란 이름으로 판매를 강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 입원은 도덕적 해이가 많은데다 금감원이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하면서 암 진단만 받으면 암의 직접 치료와 관계없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입원비를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암의 직접 치료가 아니라도 입원비를 다 주라고 하면 보험금 지급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도 없다”며 “그런 특약을 의무적으로 팔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도 “요양병원과 관련한 민원이 계속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암보험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더라도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보험금을 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해서는 별도의 통계도 없어 현재로선 위험률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요양병원 입원비가 따로 분리되지 않아 일반병실에 준하는 보험금을 줬는데 특약으로 분리하면 요양병원 입원비 보험금이 낮아질 수 있다”며 “요양병원은 최소시설만 갖춰 입원비가 싼 곳이 많기 때문에 이에 맞춰 특약을 만들면 암의 직접 치료가 아닌 경우까지 보험금을 다 줘도 보험사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