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할인분양·실거래가 고지없이 임대차계약하면 사기죄"

뉴스1 제공

임차인에게 할인 분양 여부와 실제 분양가액 등을 알리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속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다. 대법원은 거래 상대방이 사정을 알았다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계가 인정되면 상대방을 속인 것이 돼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분양대행업무를 담당하며 임차인들을 속여 임대차보증금 14억여원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A분양대행사 대표 조모씨(51)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임대차 목적물의 할인분양 사실, 부동산등기부상 거래가액의 허위기재 사실 등을 제대로 알았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 임대인들과 부동산중개업자 등이 피해자인 임차인들에게 할인분양 여부와 실제 분양가액 등을 고지하지 않은 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피고인들 상호간엔 물론이고, 이 사건 임대인들과 부동산중개업자 등과의 직간접적 의사연락을 통해 임대차보증금 수수로 인한 사기 범행의 공동실행에 관해 공모한 것으로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조씨 등은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에서 미분양된 53세대를 분양가에서 30% 할인된 금액으로 사들이는 계약을 시공사와 체결하고, 매수인들을 허위모집해 거래대금을 부풀려 이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 등으로 시공사에 줘야 할 매매대금을 충당했다.

이후 할인분양 여부와 부동산등기부등본에 할인 전의 원래 분양대금이 거래가액으로 적힌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임차인들을 입주시켜 임대차보증금 1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기망한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 신의칙상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할인분양 사실과 부동산등기부등본의 '거래가액'란에 기재된 금액이 실거래가가 아닌 원분양가인 사실을 고지할 의무는 없었거나, 있다 해도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고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기죄 구성요건인 기망은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해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