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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 13세도 다 아는데… '난자·정자' 머무는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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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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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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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들의 성(性)-②]청소년 성교육, 성관계는 출산을 위해서만 필요하다며 청소년의 성욕 금기시해와… "실제 성관계 상황에서의 피임 방법 등 가르쳐야"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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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니주노 스틸컷 중
[빨간날] 13세도 다 아는데… '난자·정자' 머무는 성교육
"넌 성관계를 요구했고, 난 거절했어. 피임기구가 없어 거절하는 내게 너는 끝까지 애원했다. 내가 강간이라고 말하자 멈췄지."… 15살 래퍼 디아크. 그의 전 여자친구가 그와의 성관계 사실을 고백하자 많은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사실 이들의 관계는 그리 특수하지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이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을 금기로만 여긴다.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은 19세 이상만 콘돔을 구매할 수 있도록 따로 분류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5년 2월 발표, 배부한 '학교성교육표준안'은 청소년의 성을 다루면서 "청소년은 성관계와 성욕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서술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교육부는 같은 해 7월 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지만, 우리 당국과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의 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중·고 청소년 100명중 5명 성경험…첫 관계 연령 평균 13세

청소년들의 평균 성관계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6만8043명 대상)에 따르면 청소년 100명 중 다섯 명이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청소년(7%)의 성경험 비율이 여자 청소년(2.8%) 보다 높았으며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전체의 10%가 성관계를 해본 것으로 집계됐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처음 성관계를 한 나이는 평균 만 13.1세로 2011년 같은 조사 때의 13.6세보다 더 어려졌다.
[빨간날] 13세도 다 아는데… '난자·정자' 머무는 성교육
하지만 성 관련 지식이 전무한채로 성관계를 경험하다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피임을 하지 않거나 폭력적 성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전체 피임 실천율은 절반 수준인 51.9%에 그쳤다.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피임을 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외국 청소년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 15세~19세 여학생의 피임실천율은 98.9%에 달한다.

청소년 피임률이 낮은 이유로는 △청소년들이 피임 관련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청소년이 피임 도구인 콘돔 등을 구매하기 쉽지 않으며 △본인은 피임을 원하지만 파트너와의 젠더 위계로 인해 피임하지 못하는 상황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피임법으로는 콘돔(69.3%)이 꼽혔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이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 '콘돔'을 검색할 경우 '19' 표시가 나타나며 '성인용품'으로 분류된다.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더욱 구매하기 어렵다. 기성세대의 시선 때문이다. 청소년을 위한 콘돔 공급 업체 이브콘돔의 설문조사 결과 132명 중 31.8%(42명)가 "콘돔을 살 때 주변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피임 도구 구매가 어려우니 체외사정이나 자연피임 같이 실패가능성이 높은 피임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20%에 달했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서구에 비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비율은 적지만, 낮은 피임실천율로 인해 원치않는 임신이나 성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성 관련 지식을 성교육 보다 야동(음란 동영상)을 통해 접하다보니 △자신의 감정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성관계를 갖는 방법 △성관계 전후나 도중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효과적으로 표현·추구하는 방법 등을 모른다는 점이다. 김현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 성관계 경험이 자살행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청소년들이 낭만적 관계(연인)에서 폭력적인 성관계를 가진 후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서 "성에 대한 실질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관계 '출산'을 위해서만 필요?… "피임법 등 실질적 성교육 늘어야"

상황이 이러한 데도 기성세대가 청소년 성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자연히 성교육에도 이 같은 관점이 반영돼있다. 성관계는 출산을 위해서 '기능적'으로만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청소년기의 성욕이나 성관계를 금기시하며 금욕에만 초점을 둔다.

교육부는 2015년 2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용하는 학교 급별 교사용 교수자료 및 지도안, 학생용 워크북 등 '학교성교육표준안'을 제작·보급했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을 국가 수준의 성교육표준안으로 규정하며 담당교사는 물론 외부전문강사도 준용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학교성교육표준안'은 기성세대가 청소년의 성을 바라보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컨대 여성의 성기를 내부기관만 설명해 성기를 생식기능에 한정하여 설명하고,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관계는 옳지 않은 것처럼 서술했다.

즉 △음순: 여성 외음부에 있는 두 쌍의 주름을 말하는 것으로 여성의 생식 기관. (유치원 7차시) △남자의 성기가 볼록하고 여자의 성기가 오목한 이유는, 남자의 경우 정자를 잘 만드려면 온도가 낮아야 해 밖으로 나와 있다. 반면 여자의 경우는 아기를 안전하게 키워야 하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구조의 차이를 보았을 때 남녀의 생식기는 단지 쾌락과 욕구의 배출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만들고 생산하는 소중한 곳이다(중등 2차시) △성의 소중함과 의미는 무엇인가: 출산의 감격이 담긴 동영상 시청 후 성의 가치에 대하여 논의해보기 학습활동 △성과 책임의 관계: 성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원천이 됨. 성적 활동을 할 때에는 임신 및 출산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함 (이상 고등 11차시 '성에 대한 책무성') 등이다.

또 청소년기의 성관계나 성 욕구를 좋지 않은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금욕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소년기의 금욕: 무분별한 성 욕구 충족은 임신·미혼부·미혼모·성병·학업중단·성폭력 등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 따라서 성욕구를 성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성인이 돼 결혼할 때까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함 △자위를 많이 하면 음경 찰과상이 생길 수 있고, 드물지만 음낭이 이완되거나 성기 변형이 올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게 좋음 (이상 중등 15차시 '성 욕구의 조절') 등이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 내년 상반기 재보급함과 동시에 보건시간에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성교육이 아니라 전체 교육과정에 성교육 관련 내용을 담겠다고 밝혔다. 또 성교육 전문교사 양성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에 대한 인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관계 방법을 가르치고 건강한 성 인식을 심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성교육 하는 아빠'라는 별명의 성교육 전문가 박제균씨는 "화면으로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등의 이론적 수준의 성교육만 받았던 청소년들은, 실제 성관계 상황에 놓이면 혼란에 빠진다. 피임 방법을 모르니 피임을 시도하더라도 실수가 생긴다"면서 "어차피 성관계를 하는 청소년들은 존재하므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올바른 피임법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져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피임이나 올바른 성관계법 등 '실질적' 차원의 성교육을 할 경우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곤 한다. 교육 당국에서 아무리 성교육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교사들이 실질적 교육에 나서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학부모들부터 성교육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성교육하는 게 아이들을 더 위하는 방법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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