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유통에 방점 찍은 뉴롯데…설비 증설·IT인재 확보

신동빈 회장의 수감 생활로 멈췄던 롯데그룹 투자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롯데는 23일 향후 5년간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그룹 체질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5년간 4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검찰 조사와 재판 등으로 지난해 투자 규모가 7조원에 그쳤다.


'뉴롯데' 플랜은 그룹의 양 축인 화학과 유통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투자 비중도 화학·건설(40%), 유통(25%), 관광·서비스(25%), 식품(10%) 순이다. 식품과 관광·서비스는 기존 투자 기조를 이어가되, 화학과 유통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화학 부문, 동남아 전초기지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집중=롯데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화학부문에서의 대규모 설비 증설이다. 규모의 경제인 화학 사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설비 증설이 불가피하다. 롯데는 우선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사업을 재개한다.

롯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는 전 세계 경쟁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대한 신속하게 확충해 인도네시아 시장은 물론 급격한 산업화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동남아 유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만 4조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사업은 에틸렌 100만톤을 비롯해 에틸렌글리톤 70만톤, 부타디엔 14만톤, 폴리에틸렌 65만톤, 플로프로필렌 6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화학 단지 조성 사업이다. 2016년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신규 법인을 설립해 유화단지 부지 사용권한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신 회장의 재판과 구속으로 1년 6개월 이상 결정이 미뤄왔다.

여기에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 울산, 대산 지역에 설비를 증설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약 6조원 규모의 대규모 인수·합병(M&A) 계획도 함께 추진한다.

◇유통 부문,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과 물류 확보=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 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롯데는 지난 8월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한 롯데 e커머스를 출범시키고, 온라인 역량 강화에 나섰지만, 총수 부재로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웠다.

롯데 관계자는 "실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올라오긴 하지만, 실제로 진행된 건은 손에 꼽는다"면서 "그동안 신 회장이 온라인 유통 강화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경영진 입장에서 쉽사리 투자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투게더 앱' 오픈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일찌감치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이고 충성 고객까지 확보한 경쟁사 신세계의 'SSG닷컴(쓱닷컴)'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유통 환경이 재편되면서 경쟁사 간 AI와 빅데이터 등 IT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안 그래도 공급이 모자라 몸값이 올라간 IT 인재들을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