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감싸기' 끝… "의회에 대응 맡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칼 카슈끄지의 암살 의혹 사건을 놓고 사우디에 대한 처벌 및 규제를 미국 의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의회에게 맡기겠다"면서 "사우디에 가할 제재를 양당으로부터 추천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카슈끄지 살해를 숨기려는 사우디의 시도가 "역사상 최악의 은폐 중 하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반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은 살해 용의자들 21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들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발급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러한 처벌은 마지막 조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들에 대한 추가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국무부가 재무부와 함께 인권 위반 관련 제재인 미국 내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살해가 사전에 계획됐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며 우발적인 사망이라는 사우디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카슈끄지 사망 자체를 부인해오던 사우디 당국은 사건 18일 만인 지난 20일에야 그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몸싸움 끝에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터키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인 프랑스·독일 등도 사우디의 설명이 부족하다며 추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의심하는 부분은 사우디 왕가와 카슈끄지 피살의 관련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 CNN은 "사우디가 카슈끄지 사망과 관련해 말을 자주 바꾸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에게 사우디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자신과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사우디와 지나치게 친밀한 것처럼 (언론에) 그려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가 사우디에 어떤 제재를 가할지는 다음 달 중순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유세를 위해 현재 의회가 임시 휴정상태이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사우디 왕실을 규탄하고 있어 사우디 제재에 대한 갈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원은 양당의 지지를 받아 카슈끄지 사건 조사를 미 당국에 공식 요청했다. 결과에 따라 사우디 왕실은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미국 입국 금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은 관련 조사를 위해 지나 해스팰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당국자들을 사우디에 파견했다. 이들은 23~24일에 나눠 미국으로 복귀해 24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