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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낙태, 죄와 벌](종합)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김영상 기자, 최동수 기자, 이영민 기자, 이해진 기자, 방윤영 기자 |입력 : 2018.10.29 06:30|조회 : 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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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한민국에서 신체건장한 여성의 낙태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낙태는 현행법 위반이다. 하지만 출산 역시 선택하기 어려운 답이다. 특히 미혼 여성은 낙인이 찍혀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장기 공백을 마무리하고 완전체를 이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앞두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낙태죄 이슈와 직결되는 미혼모 문제를 조명해 사법부의 판단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우리 사회 현실을 짚어봤다.
[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미혼모 지영씨의 고백



[낙태, 죄와 벌 ①]"병원 4곳 낙태 거절해, 실직하고 해외 도피까지"

[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지금은 아이가 참 예뻐요. 하지만 다시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낙태를 선택할 거예요."

2015년 봄, 누구보다 평범했던 6년차 유치원 교사 지영씨(34, 가명)의 세상은 암흑같이 깜깜했다. 갑작스러운 임신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지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궁 속 혹', '삶의 오점'을 떼어내기 위해 지영씨는 산부인과 3곳을 돌아다녔다. 울면서 애원했지만 의사들은 "돈을 벌며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나이"라며 수술을 거부했다.

임신 3개월 차까지 산부인과를 전전하던 지영씨는 마지막 병원에서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수술 예약을 하고 이를 남자친구에게 얘기했다. "알겠다"던 남자친구는 수술비가 18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연락을 끊었다.

'합의된 낙태'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 지영씨는 떠밀리듯 출산을 결정했다.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입덧이 한창이던 지영씨가 직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자 유치원 원장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분과는 같이 갈 수 없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원장은 "노무사에게 상담해보니 (사직 권고가) 문제 없다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막막해진 지영씨는 부른 배를 부여잡고 해외에 사는 친구 집을 찾았다.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 후에야 엄마에게 임신을 고백할 용기가 생겼다. 전화 너머로 임신 소식을 접한 엄마는 아이를 지우라며 한 달 내내 지영씨를 들볶았다. 미혼모 가정에서 자랐다던 먼 친척의 고생담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도 낳았다.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없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해 매달 100만원 정도의 국가 지원을 타낼 수 있었다. 교사 때 모아뒀던 돈에, 여기저기 융통한 돈을 긁어모아 임대주택 보증금 1500만원을 구했다. 근근이 의식주를 해결했다.

그러나 나홀로 육아는 어려웠다. 한 번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안고 병원에 입원했다. 수유 때문에 약도 못 먹었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혼자서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다 아이와 같이 펑펑 울었다.

지영씨는 "최근에야 숨통이 좀 트였다"고 말했다. 딸 사진을 보내도 묵묵부답이던 아이 아빠는 요새 들어 띄엄띄엄 양육비를 보내주고 있다. 아주 가끔 돌보미에게 아이를 맡기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도 한다.

지영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일은 하고 싶지만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 고정 수입이 잡히면 수급비도 받을 수 없다. 일을 하게 되면 주택에 들어가는 돈과 각종 이자, 돌봄 서비스 이용료를 본인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아이를 낳은 게 제 선택이 아니었듯, 지우려는 것도 제 선택이 아니었어요. 미혼모를 '아웃사이더'로 몰아가고 양육 책임은 모두 부모에게 전가되는 사회에서 무작정 낳는 것만이 능사인가요?"

지영씨의 사례에서 보듯 미혼모는 육아와 일의 양립이 힘들뿐더러 각종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16~44세) 2006명 중 70%가량이 "임신과 낙태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걱정이나 두려움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낙태를 실제 했거나 낙태를 고려한 적이 있는 응답자는 593명(26.9%)이었다. 이들에게 낙태 사유를 물었더니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아서가 29.7%로 가장 높았고 학업과 일을 해야 해서가 20.2%로 뒤를 이었다. 낙태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가정 시 55.4%는 "다시 낙태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낙태를 고려했으나 실제로는 하지 않은(못한) 171명의 과반 이상은 임신을 유지하면서 하던 일/학업, 꿈을 포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것은 주홍글씨를 새긴 여성만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가구 중 한부모가족, 동거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지만 법률혼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직 자리잡고 있다"며 "차별 없는 제도를 만들고 어떤 형태의 가족이라도 아이와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낳으라는 국가, 미혼모 아이 양육에는 곳곳 허점"



[낙태, 죄와 벌②]일정 소득 있다면, 아이가 14세 이상이라면… 미혼모 양육비는 '뚝'

[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혜영씨(30, 가명)는 올 6월 인천에 있는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개 두 마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 하영(1, 가명)이를 출산했다. 급한 대로 피가 낭자한 방을 닦고 몸을 추스른 후 혜영씨는 119 대신 한국미혼모가족네트워크에 전화를 해 도움을 구했다.

혜영씨를 도우러 온 복지사, 각종 단체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예방 접종도 맞지 않은 채 방치된 아이의 건강을 염려했다. 결국 하영이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여름 어느 날 폐렴에 걸렸다. 급히 미혼모지원 연계병원인 길병원에 데려갔더니 5일 입원·치료에 390만원이 청구됐다.

길병원이 100만원 정도를 지원해 줬지만 나머지 290만원은 모두 혜영씨 몫이었다.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의료보험 적용이 불가능했다. 혜영씨를 돕던 미혼모지원단체 '킹메이커'는 일단 이를 대납한 후 하영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영이가 태어나는 걸 본 사람이 없어 친자확인을 받아 출생증명확인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결국 킹메이커는 2개월 동안 법원과 씨름하며 매번 수백 장이 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야 했다. 친자확인 검사비용 30만원 등 잡다하게 드는 돈을 지원받기 위해 여러 기관에 발품을 팔고 혜영씨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킹메이커의 몫이었다.

낙태는 법적 문제면서 동시에 현실적 문제다. 아이를 가지면 낳도록 법이 강제하지만 태어난 아이를 기르는 일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다. 특히 아이를 혼자 길러야 하는 미혼모에게 육아는 잔혹하기까지 하다.

많은 미혼모들은 국가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아이를 낳아 충분히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 안에 있는 아이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데는 무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전국에 129개소뿐이다. 동시에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시설의 경우 직원은 최소인원으로 돌아간다. 서울 송파구 미혼모보호시설 '도담하우스'의 허진호 시설장은 "숙식을 제공하는 생활시설은 하루 24시간 365일 돌아간다"며 "응급상황은 밤에 주로 일어나지만 인력은 원장·국장·사회복지사·간호사 등 딱 1명뿐이라 누구 하나 쉴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미혼모가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양육비를 받기도 쉽지 않다. 혜영씨의 사례처럼 출생신고부터 진행되는 각종 행정절차들부터 발목을 잡는다.

특히 어린 미혼모들에게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청소년 미혼모는 관련 서류에 써 있는 단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한부모가족으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중위소득 52%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중위소득 52%는 약 148만원이다. 올해 월 최저임금이 157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정도의 소득만 있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아동양육비를 받아왔더라도 아이가 만 14세 이상이 되는 순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희주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중위소득 52%인 148만원은 너무 낮은 기준이라 미혼모들이 지원을 받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들이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30대 미만 미혼모가 전체의 21%(2017년 기준)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대책도 부실하다. 이들은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학업이나 경제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4년 자료)에 따르면 아이를 양육하고 있거나 양육할 계획이 있는 청소년 한 부모 중 72%는 아이를 갖게 되면 학업을 중단한다는 조사도 있다. 양육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아이를 낳게 되면 사회 바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희주 교수는 "만 24세 이하 부모에게 추가 양육비 월 5만원을 지원하는 것 말고는 어린 미혼모를 위한 특별한 정책이 없다"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양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최민지 기자



미혼모는 10대 불량 청소년? 30~40대 가장 많아



[낙태, 죄와 벌③]미혼모와 편견, 10명중 8명 "아이 양육에 부정적 얘기 들어"

[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 사회에 고착화 돼 있다. 아직도 미혼모라고 하면 '무책임한 10대 불량 청소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잖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의 '연령별 미혼모 현황'에 따르면 전체 2만2065명 가운데 20세 미만은 377명으로 1.7%에 불과하다.

실제 미혼모는 30~40대가 1만5115명으로 68.5%에 달한다. 30~40대 미혼모가 많다는 건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은 "미혼모 하면 10대 불량청소년이라는 이미지가 많은데 실제 상담을 진행해보면 20대 후반이나 30~40대가 많다"며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심지어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도 낙태시키지 않고 키우는 미혼모도 있을 정도로 많은 미혼모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게 아니라 미혼모와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혼을 기준으로 가족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짓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혼인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 자녀로 구성된 사람들이 '정상'이고 비혼으로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과 아이는 '비정상'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여성가족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가족실태조사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는 질문에 68.9%가 반대 의견을 냈다.

비혼출산에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비혼출산율'에서도 드러난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전체출산 가운데 ‘비혼출산’ 비율은 1.9%로 27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같은 시기 독일은 35.0%, 미국은 40.2%이다. 스웨덴(54.6%)과 노르웨이(55.2%), 프랑스(56.7%)는 절반을 넘어서는 등 OECD 27개 국가 평균은 40.5%를 기록했다.

국내 대다수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미혼모의 82.7%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답했다.

혼전임신에 비난은 70.2%, 대중매체의 부정적 묘사는 71.3%, 미래에 대한 비난은 80.5%에 달한다. 이 조사는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 10~40대 총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경애 인구보건복지협회 사무총장은 "많은 미혼모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직장과 학교 등 매일 부딪히는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제발 지워주세요"… '낳아라' 말할 수 없는 의사



[낙태, 죄와 벌④]목숨 끊을듯 울며 매달리는 사람들… "산부인과 의사에 회의"

[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 "출산 권유가 실수였나 싶었어요."

26년 경력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얼마 전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하러 온 20대 여성을 떠올렸다. 유명대학 무용학과를 갓 졸업하고 발레리나를 꿈꾸던 이 여성은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 여성은 남편의 폭언과 외도에 시달리다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최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분들이 오면 외면하기 힘들죠."

25년차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임산부가 남자의 변심으로 낙태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B씨의 병원을 찾은 결혼을 앞둔 한 연인은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기뻐하며 임신을 축복했다. 하지만 몇 주 후 남자친구로부터 이별을 당한 여성은 낙태를 하러 왔다.

# "목숨을 끊겠다며 울며 매달리니 어쩔 수 없었어요."

30년 넘게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C씨에게 산후우울증을 겪는 환자가 찾아왔다. 아이를 살해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는데 덜컥 둘째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남편이 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둘째를 원한다며 피임을 하지 않은 탓이었다. C씨는 "수술을 안 해주면 목숨을 끊을 것 같은 여성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했다"며 "산부인과 의사가 된 것에 회의를 느낀 때였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지만 수술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16~44세 가임기 여성 2006명 중 21%인 422명이 낙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형법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를 위반한 의료인에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려왔다. 28일 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270조 위반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27명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낙태죄 정책이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의사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의 원인 제공자는 낙태에 동의해도 처벌받지 않고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는다"며 "여성들은 수술하는 것만으로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는데 범죄자라는 주홍글씨마저 찍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외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A씨는 "한번은 임신한 중학생 딸을 데리고 낙태 상담을 하러 온 엄마에게 '딸을 범법자로 만들 수 없지 않냐'며 출산을 유도했더니 엄마가 무릎 꿇고 울며불며 수술해달라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부가 더 이상 출산을 하기 힘들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며 "그런 분들에게 출산을 권하면 '정부가 먹여 살려줄 것도 아닌데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냐'며 화를 낸다"고 말했다.

의사 B씨는 "낙태는 상대 남성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빚어질 때가 많다"며 "현행법의 빈틈을 남성 스스로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를 돈벌이로 보는 낙태전문병원은 규제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경우는 법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낙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B씨는 "낙태 관련 너무 많은 의견과 상황이 존재하는데 사회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성년자·미혼자의 임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내 선입관 등을 개선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국민 절반이 여성이고 낙태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대안 마련이 처벌보다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C씨는 "현행 제도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출산 의사보다 아직 완전한 아기라고 보기 힘든 태아를 더욱 신성시한다"며 "하지만 출산으로 불행해질 한 여성, 가족의 삶은 누가 책임져줄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의 개월 수 등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낙태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이해진 기자



지원금 타 PC방 가는데… "미혼모, 돈+@ 필요"



[낙태, 죄와 벌⑤]전문가들 "맞춤형 지원 절실, 사회적 인식 바꿔야"

[MT리포트] '낙태와 출산 사이' 미혼모의 현실은…
청소년 미혼모인 미정양(17, 가명)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한부모가족으로 국가로부터 매월 지원금 1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미정양은 이 돈을 아이 양육비가 아닌 PC방이나 술값 등 유흥비로 탕진했다.

지원금으로 방탕하게 살다 보니 미혼모 보호시설의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미정양은 모든 짐을 시설에 버려둔 채 아이만 데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미혼모, 지원금만이 능사 아니야… 맞춤형 지원 필요

미혼모를 위한 정책과 지원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도시에는 아이와 살 수 있는 미혼모 쉼터가 있고, 신청만 하면 일 하지 않고도 아이와 생활이 가능한 소정의 지원금도 나온다.

문제는 개별 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제각각인데 지원 방안은 획일화된 데 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닌 함께 아이를 돌봐줄 사람들, 즉 '후견인-마을공동체-사회'라고 지적한다.

배보은 킹메이커(미혼모지원단체) 대표는 "무조건 미혼모에게 돈만 쥐어 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정양 사례처럼 돈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배 대표는 "자기관리가 안 되는 10대 미혼모 집에 가보면 장난감 등 각종 후원물품이 널려있고 방 중간에 덜렁 놓인 담요에 아이가 방치돼있더라"며 "차라리 미혼모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생활습관을 챙겨줄 인력을 확충하고 그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가정불화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미혼모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의 울타리 밖으로 나간 미혼모와 아이들 역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집에서 폭언, 폭행을 당하면서도 호적상 부모가 있기 때문에 미혼모로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다수 봤다"며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들에게도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달 6일 오후 광주에 위치한 미혼모 보호시설 인애복지원을 방문해 산모와 아기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달 6일 오후 광주에 위치한 미혼모 보호시설 인애복지원을 방문해 산모와 아기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달 6일 오후 광주에 위치한 미혼모 보호시설 인애복지원을 방문해 산모와 아기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음성적 낙태, 아이 유기도 결국 부정적 인식이 주요 원인"

낙태를 죄로 규정하기 전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는 미혼모 보호시설 간판에 '미혼모'라는 단어를 쓰기 힘들 정도로 시선이 따갑다.

서울 송파구 미혼모 시설 도담하우스도 그런 경우다. 허진호 도담하우스 시설장(48)은 "미혼모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나는 실패자', '미래가 안 보인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며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자격증을 따 취업에 도전하지만 가족증명서에 나타나는 '미혼모'라는 사실에 또다시 외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한 미혼모가 자신이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직장 내에서 비밀로 부칠 수밖에 없는 사례 등을 꼽았다.

허 시설장은 "결혼 전에 임신한 여성이 음성적으로 낙태를 하거나 출산 후 베이스박스 혹은 아무 데나 아이를 유기하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며 "미혼모라는 이유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고 취직도 안 되는 이 사회가 문제"라고 말했다.

미혼모는 도움이 필요한 대상일 수는 있어도 욕먹어야 마땅한 대상은 결코 아니라는 목소리다.

최민지 기자, 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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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Smith Jane  | 2018.10.29 11:52

이게 진짜 웃긴게, 나라가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을 대신 져줄것도 아니면서 낙태는 불법시 하는건 쉽게말해서 미혼모들이 극한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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