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예측' 아이스먼, 이번엔 '노딜 브렉시트'에 베팅

/AFPBBNews=뉴스1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을 예측한 투자로 부와 명성을 거머쥔 투자자 스티브 아이스먼이 이번에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에서 떨어져나가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베팅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투자회사 네버거버먼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아이스먼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한 투자콘퍼런스에서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다"며 영국 은행 2곳에 매도포지션(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전략)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노 딜 브렉시트로 영국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이들 은행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스먼은 세계 금융위기 발생 직전 부동산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예상하고 주가 폭락에 베팅해 1조원대 자산을 모은 투자자로 유명하다. 아이스먼의 이야기가 '빅쇼트(The Big Short)'라는 이름의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아이스먼은 "영국은 그가 주목하고 있는 사항 중 가장 큰 위험 요소(투자 기회)"라며 "영국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협상에 합의하더라도 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결국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과 EU는 내년 3월 말 브렉시트 마감 시간을 5개월 앞둔 현재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쟁점은 아일랜드 국경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국과 EU가 아무런 합의 없이 분리돼 정치, 경제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이달 안에 타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데이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아일랜드 국경 강화 문제를 피하고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도록 EU의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가 오는 6일 국무회의를 소집해 브렉시트 협상안 강행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됐지만, 메이 총리의 협상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많아 의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이스먼은 "현재 자금의 50% 정도만 투자했는데, 제러미 코빈이 총리가 되면 나머지 50%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보수당인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 실패로 낙마하고 대신 경쟁자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가 권력을 잡는 순간, 영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최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아이스먼은 "코빈 당수는 트로츠키주의자(볼셰비키-레닌주의자)로, 그가 총리가 된다면 아무도 영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블룸버그는 "아이스먼이 자신의 투자 대상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주지 않았지만, 메트로은행과 CYBG은행이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들은 현재 FTSE350 기업 가운데 매도포지션이 가장 많은 기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