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보석 논란' 이호진 前태광 회장, 다시 구속될까?

/사진=뉴스1

말기 암 치료에 전념하는 조건으로 '병 보석'을 받은 뒤 술·담배와 유흥을 즐겼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다시 구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형사소송법상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보석이 취소될 수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정의연대·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6일 서울고검에 검찰이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이들은 "이 전 회장은 아픈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로 곳곳에서 목격됐다"며 "황제보석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석 조건상 집 또는 병원에 있어야 할 이 회장이 술·담배를 하고 서울시내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다는 의혹이 과거 측근 등에 의해 최근 폭로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보석 조건을 위반할 경우 재판부가 검사의 청구 또는 재판부 직권에 따라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02조는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했다고 인정되는 등의 경우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인정될 경우 재판부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보석이 취소되면 보석 허가를 받을 때 냈던 보석보증금은 몰수된다.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과거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여 보석을 취소당한 적이 있다. 박 전 회장은 2심 재판 도중 허리 디스크를 호소해 서울삼성병원에 거주하는 조건으로 보석 허가를 받아냈다. 2심은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건강 상태를 감안해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박 전 회장이 자택이 있는 경남 김해까지 내려가 지역 주민들과 쥐불놀이를 즐기고 서울·부산 호텔을 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고심 재판에서 박 전 회장은 "병원생활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 악화됐다"는 의사 소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주거지를 집으로 옮겨도 된다는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은 징역 2년6월 선고와 함께 박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됐다. 그러나 이후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내며불구속 신분으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을 선고했으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전 회장은 2심 재판 중이던 이듬해 6월 간 이식 수술을 위해 미국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보석을 청구해 허가를 받아냈다. 이때 재판부는 △본인 작성 서약서 제출 △거주지를 집과 병원으로 제한 △부인과 미국에 동행할 의료진 2명의 출석보증서 제출 △보석보증금 10억원 납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4년6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차례로 선고받았으나 이때도 구속되지 않았다.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약 7년7개월 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셈이다. 이 전 회장이 이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기간은 6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는 조세포탈 혐의를 다시 판단해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의 첫 재판은 다음달 12일 열린다. 이날 이 전 회장이 치료 상황과 보석 조건을 어겼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잠시 '외출'을 했다는 이유로는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외출과 유흥이 상습적이었다고 인정될 경우 보석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전 회장이 이날 재판을 포함해 향후 재판 절차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는다면 보석을 취소당할 공산이 더 커진다. 형사소송법 제102조에 따르면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도 보석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법원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 허가를 받고 석방된 A씨가 이유없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자 직권으로 보석을 취소하고 지명수배를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