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담합…3000억 벌금폭탄…한명은 웃는다?

/사진제공=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의 담합 처벌 발표 내용 캡쳐.

주한미군에 유류 제품을 대온 SK에너지와 GS칼텍스, 한진이 담합을 이유로 총 2억3600만 달러(약 2700억원)의 벌금 및 배상금을 부과받게 됐다. 두 회사가 입찰 전에 가격 담합을 벌였고 한진은 이를 알고도 운송업무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미국 법무부가 밝힌 담합으로 인한 자신들의 손해액은 약 10년간 누적해 1억 달러(약 1130억원) 가량인데 벌금과 배상금은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미국은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 2개사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데 총 5개 업체 중 하나가 '리니언시(Leniency,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미국 법무부(DOJ)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 자회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 한진 등 한국 기업 세 개사는 미군에 납품하는 유류 가격을 담합해 8200만달러(한화 약 930억원)의 벌금과 1억5400만달러(1744억원)의 민사상 배상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미 법무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기 업체들은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과 해군, 해병대, 공군 부대에 유류제품을 공급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 업체들은 유류품 가격입찰 과정에서 사전모의 입찰(bid-rigging conspiracy)을 통해 공급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미 법무부가 밝힌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은 약 1억 달러(1130억원) 수준이다. 미국 당국은 이에 대한 인지 조사를 올 초부터 시작했고 일단 5개 업체 중에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 한진 등 3개사는 혐의를 인정했다. 3개사는 이후 개별적으로 조사에 협조해 미 당국과 협의해 벌금 및 배상금 액수를 확정했다.


미 법무부가 부과한 벌금과 배상금은 '셔먼 액트(Sherman Act)'라는 독점 방지법에 근거한 것으로 미 정부와 거래한 관계로 당사자 지위가 확정돼 우리 기업에도 적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셔먼 액트는 건당 1억 달러의 벌금 한도를 규정하는데 피해자의 피해액수에 대해서는 2배까지 징벌적으로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벌금 및 배상금은 각사의 관련 매출액 비중과 반독점 조사 협조 정도가 반영돼 부과된 것으로 조사됐다. 벌금은 3사 합계 930억원이고, 배상금은 개별적으로 SK에너지가 9038만달러(1023억원), GS칼텍스 5750만달러(651억원), 한진 618만달러(70억원) 등이다. SK에너지의 경우 벌금 및 배상금이 1400억원대에 달한다.

부과액을 합의한 3사는 담합 혐의에 대한 다툼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 당국이 보유한 담합 혐의에 대한 자료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법적 분쟁을 벌였다가 오히려 징벌적 배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 초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인 '리니언시'를 이용해 혐의 조사대상에 오른 5개사 중 한 곳이 관련 자료를 미국 측에 제공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미국도 담합 손해를 실리적으로 보상받기 위해 '플리 바게닝' 형식으로 자진신고한 업체에는 대폭의 배상금 유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미 법무부는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혐의를 조사 중인데 이 2개사는 아직 벌금 등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의 벌금 및 배상금이 더해지면 총 부과액은 3000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식으로 표명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조사 중인 사안으로 소송 등으로 대응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의 정도가 수십년 전부터 내려온 국내 특수 상황에 의거한 상거래 관행 수준이었는지 논란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슈퍼 파워인 미국과 관계 악화가 되는 것에 비하면 벌금에 합의하고 미래를 보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