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1심 재판장, '법관사찰' 판사와 과거 한솥밥(종합)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재판부가 결정됐다. 윤종섭 부장판사가 이끄는 형사합의36부가 사건을 맡는다.© News1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의 1심 재판부가 결정됐다.

심리를 이끌 형사합의36부 윤종섭 부장판사(48·26기)는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와 같은 시기 춘천지법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뒷말이 나온다. 배석판사 중 한 명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피해를 받은 정황이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확인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을 형사합의36부에 배당했다. 형사합의36부는 법원이 지난 12일부터 새로 증설해 운영 중인 민사 법관 출신으로 구성된 3개 합의부(34부·35부·36부) 중 한 곳이다.

기존의 형사합의부는 재판장 상당수가 임 전 차장과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일부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이 나오자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형사합의부 3곳을 증설했다.

이후 연고관계, 업무량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하고 새로 증설한 합의부 3곳을 포함한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 배당을 통해 형사합의36부에 임 전 차장 사건을 배당했다.


형사합의36부는 윤종섭 부장판사가 재판장, 임상은·송인석 판사가 배석을 맡는다.

경남 진주 출신의 윤 부장판사는 1993년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법조인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과 모교가 같다는 이유로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법관 임관 후 청주지법, 서울중앙지법 등을 거쳐 2009년 대법원 연구법관으로 근무했다.

2012년 춘천지법 부장판사로 발령 받았는데 이 시기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법관인 김민수(42·32기) 부장판사도 춘천지법에서 단독 판사로 공보관 역할을 겸했다. 김민수 부장판사는 법관 사찰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지난 8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윤 부장판사와 김 부장판사의 구체적 관계는 드러난 것이 없지만 단순히 부장판사와 단독판사 겸 공보관이었다는 이유가 법관 제척 사유는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기호 변호사는 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사법농단 특별법'에 포함된 법관 제척 사유를 들어 "(기존보다 엄격한) 특별법에도 제척 사유는 같은 재판부에 있을 때로만 한정되어 있다"며 "재배당을 주장하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김 판사가 공보관으로 춘천지법에서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도 "사법 농단 연루자들 중에 공보를 한 사람들이 많다"며 공보관까지 제척 사유로 포함하면 너무 많은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해야 되기에 특별법도 제척사유를 좁게 해석했다고 전했다.

윤 부장판사는 2016년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 민사합의42부에서 심리를 맡았다. 지난 10월에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고 사망한 백남기 유족들이 경찰관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양측 합의를 이끌어내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윤 판사 심리로 진행된 조정 기일에서 백씨 유족 4명에 15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됐다. 당시 유족측을 대리한 모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에서 합의를 깔끔하게 도출하려는 의욕이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우배석인 임상은 판사(33·40기)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부시샵으로 확인됐다. 부시샵은 일종의 운영진이지만 연구회에 부시샵만 수십명이 있을 만큼 실질적 역할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부시샵에 임 판사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몰랐다"며 임 판사가 연구회 운영에 개입하는 핵심 인물이 아니라고 전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소속 판사가 사찰 피해를 받은 일종의 피해자격이라 핵심 인물일 경우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임 전 차장의 첫 재판은 기소·배당 후 2~3주쯤 지나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11월 말에서 12월 초쯤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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