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뒷좌석 안전띠' 열흘째…현장에선 여전히 혼란

전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첫날인 올해 9월28일 종로경찰서 경찰들이 현장 안내에 나서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뒷좌석 안전띠(안전벨트)? 몰랐다. 기사님도 아무 말씀 안 해주셨다."

10일 서울역 인근에서 마주친 회사원 박정원씨(21)는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야 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박씨는 일주일에 3회 이상 택시로 출근하지만 한 번도 안전띠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택시기사를 만나지 못했다.


경찰의 전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의무 착용 단속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택시에서는 기사와 손님 간 소통 부재로 안전띠 착용이 정착되지 않고 있었다.

올 9월28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으로 모든 도로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차량 운전자에게는 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동승자가 13세 미만 어린이라면 과태료는 6만원이다.

경찰은 제도 시행 이후 약 2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단속에 나섰다. 이달 2일 서울 서초구 서초IC에서 실시한 현장 단속에서도 1시간 동안 5대의 위반 차량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문제는 택시가 안전띠 착용 의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택시는 미리 안전띠 착용을 고지하면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고지 사실 확인이 어렵고 승객과의 실랑이를 우려해 고지하지 않는 택시기사가 여전히 많다.

이날 마포에서 만난 또 다른 회사원 이모씨(30)도 출근시 택시를 이용했지만 안전띠 착용 고지를 받지 못했다. 이씨는 "안전띠를 안 매면 기사가 벌금을 문다고 알고 있는데 기사의 안내가 없어서 당황했다"며 "기사가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안전띠를 잘 안 맬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안전띠 착용을 손님에게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6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윤모씨(65)는 "서울 시내에서 택시는 시속 30~40㎞로 움직이기 때문에 뒷좌석 안전띠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보다 편하다는 개념으로 타는 것인데 안전띠 착용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불편함만 더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규정을 모르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4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행했다는 이모씨(78)는 "영업용 택시는 단속에서 제외된다고 들었다"며 "네비게이션에서 안내 멘트가 나오기 때문에 기사의 의무는 끝났다고 생각해서 한 번도 매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활발한 홍보를 통한 국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현배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차를 타면 좌석이 앞이든 뒤든 무조건 안전띠를 해야 한다는 의식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며 "정부의 홍보가 더욱 있어야 하고 초기에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