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124.28 696.34 1121.90
보합 17.22 보합 9.99 ▼0.6
+0.82% +1.46% -0.05%

길냥이 삶, 고작 2년…'캣맘'이 나쁜가요?[개人주의]

도시살이에 지친 길고양이 은인 '캣맘'…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 도울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12.14 05:40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100여년 전 영국의 사상가 헨리 솔트는 "모든 동물은 혈연관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야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주 금요일, 무심코 지나쳤던 동물의 목소리를 들어 봅니다.
/삽화=  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 임종철 디자인기자
"뭐하세요?"라는 물음에, 골목에 쪼그려 앉아 있던 한 여성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별 일 아니라며 일어난 여성은 쫓기듯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앉아 있던 자리엔 사료와 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굶주리는 '길냥이'(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이었다.

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야 했을까. 황급히 사라지는 그를 쫓아가 물었다. "괜히 사람한테 욕 먹고 해코지 당할까봐요"란 대답이 돌아왔다. 길고양이들의 엄마의 눈동자에는 늘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는 길고양이처럼, 다급함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길고양이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공유하는 도시 구성원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기도 하다. 추위와 굶주림에서 견뎌내야 하는 겨울은 특히 괴롭다.

고달픈 도시 속 '캣맘'은 길고양이들의 유일한 안식처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길고양이 생존권을 돌본다. 하지만 시선이 모두 고운 것은 아니다. 길냥이에게 '착한 캣맘'은, 누군가에게 '나쁜 캣맘'이 되기도 한다.

길냥이 삶, 고작 2년…'캣맘'이 나쁜가요?[개人주의]
◇길냥이도 살아야죠
사람에게 유기되거나, 유기된 고양이들의 후손인 길고양이는 사람과 도시가 빚은 그림자다. 서울시 길고양이 서식현황에 따르면 서울에만 13만9000여마리의 길고양이가 거리를 배회 중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국에 100만 마리에 달하는 길고양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도, 그렇다고 야생동물도 아닌 길고양이의 도시살이는 혹독하다. 마실 물 조차 쉽게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람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이들을 안타깝게 여겨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길고양이 보호 활동가'다. 여성이면 '캣맘', 남성이면 '캣대디'로 부르는데, 대체로 30~40대 여성 활동가가 많아 '캣맘'으로 통용된다.

누가 시킨 것도, 전문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길고양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물과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치료 활동이나 개체 수 유지를 위해 비용을 들여 중성화 수술을 돕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캣맘의 43%는 매달 길고양이 먹이를 위해 3~10만원을, 23%는 10~30만원을 지출한다. 일부 캣맘은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단체를 만들기도 한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이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대체로 동물권 의식에서 비롯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활동하는 한 캣맘은 "길고양이의 삶은 평균수명에 한참 못 미치는 2~3년에 불과하다"며 "함께 살아가는 동물인데 사는 동안 최소한의 권리는 존중해주고 싶다"고 활동 이유를 설명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7)는 "반려견 간식을 살 때 길고양이 간식도 사서 나눠준다"며 "자주 마주치다보니 동네주민 같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 작게나마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길냥이 삶, 고작 2년…'캣맘'이 나쁜가요?[개人주의]
◇나는 캣맘이 싫어요
이렇듯 작게는 간식 제공에서부터, 중성화 수술이나 치료 지원까지 적극적인 보호 활동을 펼치는 캣맘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고운 것은 아니다. 캣맘들의 활동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조모씨(28)는 "캣맘들이 먹이를 주니까 고양이가 더 모여들어 시끄러워지는 것 같다"며 "청소도 잘 안돼 주변환경도 지저분해진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불만과 갈등은 폭력을 낳기도 한다. 지난달 인천 계양구에서 60대 여성이 3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폭행 이유는 캣맘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밝혀졌다. 평소 길고양이에 불만이 많았던 가해자는 길고양이 사료에 소변을 보고 물그릇을 망가뜨리기까지 했다.

길고양이 자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때도 있다. 지난달 전북 익산의 한 공원에서 길고양이들이 독극물 테러를 당해 숨졌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도 수원과 울산에서도 바늘이 꽂힌 간식이 발견되는 등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참치캔 대신 차량용 부동액을 넣으라', '카센터에서 폐냉각수를 얻어와라' 등 '캣맘 엿먹이는 방법'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캣맘 활동에 대한 불만은 나름 일리가 있다. 때때로 길고양이가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민폐덩어리가 되기 때문. 동네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뜯어 놓거나 영역다툼·짝짓기로 인한 소음으로 불편을 초래할 때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2017년 시 동물관련 민원 5만402건 중 52%(2만6328건)가 길고양이 민원이었다. 이들에게 길고양이 보호 활동가들은 '나쁜 캣맘'일 뿐이다.

서울 강동구가 지역 캣맘 협의회와 함께 관할 관공서 및 공원 등 6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해 관련 민원 감소 효과를 얻고 있다. 사진은 암사1동 주민센터에 있는 길고양이 보금자리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서울 강동구가 지역 캣맘 협의회와 함께 관할 관공서 및 공원 등 6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해 관련 민원 감소 효과를 얻고 있다. 사진은 암사1동 주민센터에 있는 길고양이 보금자리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캣맘, 길냥이와 사람 사이에서
하지만 캣맘이 길고양이를 늘리고 주변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캣맘 활동이 오히려 길고양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3년 서울 강동구는 지역 캣맘들과 힘을 합쳤다. 곳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관리했다. 그러자 관련 민원이 대폭 줄어 들었다. 강동구가 지역 통장 4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48%가 '고양이가 쓰레기봉투 헤집는 일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회장은 "고양이들에게 물과 사료, 보금자리를 제공하면 먹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찢는 등 주변을 어지럽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고 소음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서울시를 비롯, 각 지자체의 '길고양이 TNR' 사업에도 캣맘들의 활동은 큰 도움이 된다. 각 지역의 캣맘들이 일정 구역을 맡아 고양이를 관리하며 새로 유입되거나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를 발견하기 때문. 실제 고양이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지역 캣맘들이 길고양이 정보를 나누고 함께 포획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영등포구에서는 지역 캣맘이 TNR 지정병원의 규정위반과 동물학대를 적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개人주의] 14만 길냥이의 외침…"누굴 위한 중성화냥")

아파트단지와 주택가 등 도시 어느 곳에서나 길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발견한 길고양이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아파트단지와 주택가 등 도시 어느 곳에서나 길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발견한 길고양이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물론 캣맘들이 더 많이 소통하고, 적절한 길고양이 관리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회장은 "사료를 주고 제대로 치우지 않아 악취를 유발하거나 밥을 먹기 위해 모인 고양이들의 배설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 캣맘들이 있다"며 "무작정 길고양이를 돌보기보다 캣맘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제대로된 관리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최근 '길고양이 돌봄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급여하고자 할 때는 고양이 전용 사료와 깨끗한 물을 용기에 담아 공급 △밥자리는 위생적으로 관리하며 전날 급여한 사료가 다음날까지 남지 않도록 급여량 조절 △배설물이나 찢어진 쓰레기 봉지 등 지저분한 환경을 정리해 주변 시민들의 불편 최소화 △길고양이로 인한 시민불편 민원 발생 시 객관적인 자세 유지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 등을 해야 한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

남기자의체헐리즘 (1/15~)
대한민국법무대상 (12/03~)
블록체인 가상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