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선임 급한데… DGB, 지주-은행 갈등 '최고조'

대구은행 본점 전경.

9개월째 공석인 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박명흠 행장 직무대행이 오는 26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은행장 선임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양측이 '은행장 자격 요건'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선임 작업도 표류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김태오 DG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진이 모였지만 대구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별다른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DGB금융은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와 이사회 멤버가 동일해 대구은행 이사회가 은행장 추천권을 DGB금융 이사회에 넘기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한 이후 첫 자추위로 판단했다. 대구은행장 선임 시기나 요건 등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구은행의 반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DGB금융과 대구은행이 갈등을 빚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은행장 추천권'과 '은행장 자격요건'이 꼽힌다. 대구은행은 DGB금융 자추위에 은행 사외이사가 함께 참여하고 은행장 자격 요건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금융지주사 중 행장 추천권을 은행이 직접 가지고 있는 곳은 없다. KB·신한·KEB하나·농협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모두 지주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자회사 CEO를 추천하도록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명시돼 있다.

여기에 DGB금융은 은행장 자격 요건을 기존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에서 '금융권 등기임원 경력 5년 이상'과 '마케팅, 경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야 하도록 구체화했다. 하지만 DGB금융 내 현직 임원 중 김태오 회장이 유일하게 이 요건을 충족해 김 회장이 행장까지 겸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DGB금융 관계자는 "대구은행 이사회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은행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은행장 추천권과 자격요건에 대한 대구은행의 반발은 내부 출신으로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겠다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대구은행과 은행 노조는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그룹회장은 외부인사, 은행장은 내부인사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 당시 소통을 강조하던 경영방침과 달리 오히려 직원들과의 불통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DGB금융과 대구은행 간 갈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개입할 수는 없지만 진행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대행 체제를 조속히 끝내고 책임경영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