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양저유소 화재 원인은 풍등과 관리부실"

10월 11일 고양저유소 폭발 화재를 조사하는 수사 당국이 오전 10시부터 2차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10월 불이 난 고양 저유소를 관리해 온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 3명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겨진다. 저유소 방향으로 풍등을 날린 외국인노동자는 중실화 혐의로 송치된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외국인 노동자 A(27)씨를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중실화)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장 B씨(51)와 안전부 부장 C씨(56), 안전부 차장 D씨(57) 등 3명은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E씨(60)를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화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CCTV(폐쇄회로화면) 등을 종합해 외국인노동자 A씨가 날린 풍등의 불씨가 저유소 탱크 인근에 제초된 건초에 옮겨붙어 탱크가 폭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가 자신이 날린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저유소 방면으로 뛰어가 약 2분간 머물면서 건초에 불씨가 옮겨 붙은 상황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었다고 봤다.


경찰은 저유소 탱크에 인화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A씨가 탱크가 폭발할 때까지 약 18분 동안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해 중실화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경찰은 송유관 등 시설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안전관리자 B씨 등 3명이 제초한 풀을 제거하지 않아 불이 옮겨붙기 쉬운 상태로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휘발유 저장탱크 배기구에 설치해야 하는 화염방지기를 일부만 설치하고 인화방지망도 찢어지거나 건초가 낀 상태로 방치했다. 저유소 순찰 통로 출입문을 잠가 평소 내부 상태 확인을 어렵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풍등이 탱크 주변 잔디에 떨어진 후 18분이 지나도록 이들이 불이 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해 대형화재로 이어졌다고 보고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E씨는 2014년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할 때 화염방지기를 설치한 것처럼 거짓으로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점검 확인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해 E씨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화로 화재가 시작됐지만 저유소 안전관리의 구조적 문제가 더해져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탱크 주변을 안전구역으로 선정해 가연성 물질이 없도록 설비하고 모든 환기구에 화염방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저유소를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의 대상에 포함하고 안전 관련 CCTV 요원을 전담 배치하는 내용도 담았다.

사건을 담당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그동안 광역수사대와 고양경찰서 강력팀 등 43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편성해 수사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