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최강' 홍콩 증시…수익률은 금융위기 이래 최악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홍콩거래소에서 레이준 샤오미 회장이 상장 기념 축사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올해 뉴욕 증시를 제치고 최대 IPO(기업공개) 시장이 된 홍콩 증시가 무역전쟁과 기술주 부진 우려로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올해 홍콩 증시 IPO를 통해 1억달러(약 1126억원) 이상을 조달한 기업들은 거래 개시 첫 달 평균 6.2%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홍콩거래소는 차등의결권(특정 주주에게 1주당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 도입을 비롯해 20여 년 만에 대대적인 제도 개혁에 나서면서 거물급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세계 4위 스마트폰업체 '샤오미', 중국 최대 배달앱 '메이퇀뎬핑', 중국 최대 민영보험사 평안보험의 헬스테크 계열사 '평안굿닥터' 등이 IPO를 통해 총 357억달러(약 40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홍콩은 뉴욕을 제치고 세계 IPO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미 증시 기술주 부진이 겹치면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미 정부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 제재로 회사가 파산 위기까지 몰리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평안굿닥터의 경우 지난 5월 상장 당시 개인투자자로부터 배정 물량의 654배에 달하는 주문이 접수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지만 19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샤오미와 메이퇀뎬핑도 각각 22%, 30% 하락했다. 스테판 호퍼 LGT은행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CNBC에 "홍콩 증시 부진 원인은 외부에 있다"며 "무역전쟁이 홍콩을 포함해 전 세계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회계법인이자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내년도 홍콩 IPO 조달액이 19.7%~37.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딜로이트 산하 주식공모그룹 공동대표인 에드워드 아우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과 높은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IPO 시점이나 신청 건수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수익률과는 별개로 중국 비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홍콩 IPO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필립 에스피나스 전 노무라홀딩스 아시아 부문 대표는 "중국 기업들은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금리 및 무역 전쟁에 맞서 군자금 확보를 위해 IPO를 단행해왔다"고 분석했다. 리앙 진신 티안펭증권 전략가는 "기술 기업 사이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업황이 더욱 악화해 IPO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