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관 효과' 분석한 KDI, 금감원 "의도 뭐냐" 발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7장짜리 보고서를 두고 금융감독원이 발칵 뒤집혔다.

KDI는 15일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면 3개월간 제재받을 확률은 떨어지지만 재무건전성 측면에선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금감원 인사의 '전관효과' 유통기한이 3개월이란 얘기다.


해당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즉각 반박 자료를 내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분석 기준이나 통계 자체가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재취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보고서라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먼저 KDI는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면 해당 금융회사의 재무적 위험관리 능력에 영향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위험가중자산 대비 당기순이익비율을 뜻하는 RORWA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금감원 출신 인사의 고용 이후 금융회사 위험관리 성과는 좋아지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는 RORWA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행), 지급여력비율(보험), 영업용순자본비율(금융투자회사)이 더 적합한 지표라는 것. RORWA는재무건전성 보다는 수익성을 대표하는 지표라서 KDI가 애초에 엉뚱한 지표를 들이대고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고 조목조목 반박한다.


금감원 인사의 금융회사 취업후 재재확률 변동이 있는지를 분석한 KDI의 결과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DI는 2011년~2017년까지 금융회사 또는 소속 임직원들이 제재를 받은 통계자료로 분석한 결과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업하면 3개월 안에는 제재 받을 가능성이 16.4% 줄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그 이후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단순히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만을 놓고 확률을 분석하는 것은 잘못된 통계"라고 반박했다. 제재 건수와 제재 경중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 제제 받은 금융회사가 줄었다고 해도 제재 건수와 정도(중깅계 등)는 더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가장 발끈한 것은 KDI 보고서의 결론이다. KDI 보고서는 "국내 통합
금융감독시스템의 한계로 인한 부당한 유착관계 발생 가능성"을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는 통합하지 않고 나눠서 감독하고 있다고도 소개한다. 금감원은 미국은 분권형 체계지만 일본,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통합 금융감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퇴직자 내부통제를 최근 더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금감원 출신 직원이 금융회사 감사를 맡고 있는 경우, 해당 감사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금감원 검사원은 2년간 해당 금융회사 검사에서 빼고 있다. 금감원의 취업제한 대상이 4급 이상 임직원(선임 이상)으로 확대 됐고, 금감원 직원이 퇴직자와 접촉할 경우 5일 이내 보고의무 규정도 두고 있다.

KDI가 논란이 예상되는 보고서를 민감한 시기에 낸 배경에 금감원은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KDI가 "금융감독 업무의 책임과 권한을 다수 기관에 분산시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금융회사의 경영실태와 부실위험 등에 관한 정보를 유관기관들과 제한없이 신속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집중형 감독 시스템은 선진 국가에서 유지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 인데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회사에 대한 신속한 정보 공유라는 결론은 정말 엉뚱하다"고 비판했다. KDI가 해당 보고서를 지난해 9월 작성하고도 최근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위원중 한 사람이 예금보험공사와 공동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보가 금감원에 줄곧 요구해 온 "금융회사 정보 공유"가 보고서 결론에 담긴 것이 이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KDI는 "2017년 중 연구가 진행됐고 2018년 초 마무리됐다"며 "내부 회람 등을 거쳤고 외부 공표만 이번에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KDI 포커스는 KDI가 수행한 연구 가운데 시의성 등을 감안해 요약 발표한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KDI는 "외부기관 발주 용역보고서는 아니다"며 "연구위원들의 자율적인 연구과제 중 하나일 뿐 특정한 의도를 갖고 발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