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우군확보 가능성 강성부펀드, 장기전 돌입하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산하 기구인 수탁자문책임전문위원회에서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탁자문책임전문위는 가입자 대표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됐고, 의결권·주주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해 검토한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임원 선임·해임, 직무정지, 정관 변경, 회사 합병·분할, 주식 이전·교환 등 10가지를 제안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한진그룹 주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지만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펀드)와 연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두 기관이 연대 해도 조양호 회장측 지분과 차이가 커 현실적으로 이사진 교체 등의 직접적인 경영권 개입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주요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16일 현재 KCGI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 지분은 각각 10.81%, 8.03%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칼 지분 7.34%, 한진 7.41%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인 한진칼과 한진 지분은 각각 29%와 34%로, 표대결이 벌어진다고 해도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총에서 한진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총이 얼마 남지 않아 KCGI나 국민연금이 연대해도 표 대결로 경영진을 바꾸거나 주총안건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한진그룹 오너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등 제시하는 명분이 충분히 여타 주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나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게 된 만큼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며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주주친화적인 정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대량 매수한 이후 감사선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상근감사의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칼이 1650억원을 차입해 자산총액을 2조원이상으로 늘려 현행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선임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강성부펀드 측이 “단기차입금을 늘린 것이 감사선임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반발했지만, 한진그룹 측은 “경영상 필요한 조치”라고 맞섰다.

다만 오는 3월 정기 주주 총회에서 KCGI와 국민연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의 저평가 요인으로 조 회장을 비롯한 그룹 오너가의 비합리적인 경영행태가 주로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질칼은 등기임원 4명의 임기가 끝나고 한진은 상근감사의 임기가 종료된다.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임원해임, 사내이사 연임 반대, 신규 이사진 선임 등에 나설 여지도 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그룹에 대한 투자는 5년 이상 이뤄질 것”이라며 “한진그룹의 디스카운트(할인)요인인 오너리스크와 재무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칼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하와이 와이키키호텔 등 알짜자산을 현재 거의 다 장부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알짜자산을 시가로 재평가할 경우 기업가치는 단숨에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직 국민연금을 접촉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만나서 같은 의견이 있는지 들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